이규명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동양일보]식물은 인류 문명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음식과 의약품은 물론 원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식물자원의 개발과 발전은 인류의 삶을 향상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새로운 식물을 개발하거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을 신품종이라고 하며 이를 보호하는 방법에는 특허제도와 신품종보호제도가 있다.
두 제도는 신품종 개발을 장려하고 연구자와 농림업 종사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만약 신품종을 개발한 육종가라면 어느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까?.
식물특허는 특정 유전적 특성, 개량된 품종, 육종방법 등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여 특허권자 권리를 보호한다.
그러나 식물특허는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과 논란도 있다.
먼저 생물 다양성 감소가 우려된다.
식물특허는 상업적 이익과 진보성을 가지는 품종들만 보호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소규모 임업인들이 재배하던 재래종과 야생종(wild type)이 도태될 위험이 있다.
두 번째는 식물특허가 특정 기업에 의해 독점적으로 사용된다면 자가소비 생산자들에게 부당한 경제적 부담이 되거나 지식재산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식물특허로 등록된 품종을 상업적으로 판매하려면 종자산업법에 의해 생산·수입판매 신고를 해야 유통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이에 비해 식물신품종보호제도(PVP·Plant Variety Protection)는 새로운 식물품종 개발을 장려하고 육종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이 제도는 식물특허와 달리 육종가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생물 다양성 보존과 자가소비 생산자들의 권익을 함께 고려해 발전해왔다.
특히 기존 재래종과 야생종도 육종재료로 활용될 수 있어 생물 다양성 감소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
또 식물특허에서 우려되던 특정 기업 독점적 권리 행사로 인한 자가소비 생산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육종재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중소 육종가들도 신품종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최근 기후 등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신품종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품종보호제도는 산림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생산성을 향상해 전 세계 식량안보와 임업 생태계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이 제도는 단순히 육종가의 권리 보호를 넘어 글로벌 임업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시작된 산림분야 신품종보호제도는 2011년 8개 품종이 처음 등록된 뒤 올해 73건이 새로 등록되는 등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다래와 표고, 곰취 등 산림작물에서 총 407건의 신품종이 등록돼 보호를 받고 있다.
신품종 등록 증가는 경제적으로도 고부가가치 산림작물 이용을 촉진해 농가 소득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외에서 품종보호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정착시킨 사례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현행 식물특허와 신품종보호제도의 중복 보호 체계는 출원인과 이해관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이중 비용부담과 권리 충돌 문제 등 여러 가지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대부분 나라에서는 식물신품종보호법에 의해서만 신품종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만이 특허법과 신품종보호법을 병행해 이중 보호를 하고 있다.
효율적인 신품종 보호와 개발지원을 위해서는 중복 보호 체계를 지양하고, 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는 국제 수준의 품종보호제도 운영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산림식물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이끌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