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충북산림환경연구소 녹지연구사

김명기 충북산림환경연구소 녹지연구사

[동양일보]낙엽송은 일본의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수종으로 10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온대 북부와 한대 지역에 조림됐다.

생육온도를 고려해 유럽은 북부지역, 우리나라는 1900년대 초에 도입해 자생지보다 낮은 저지대 산림에 많이 식재해 왔다.

낙엽송은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되는 산복 이하 지역에서 생육이 왕성하다. 국내 침엽수 중에서는 무겁고 단단해서 목재 자원으로서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충북지역에 식재된 낙엽송이 장마철 이후 고온다습한 8~9월에 급격히 말라 죽고 있다.

피해지역을 조사한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햇빛을 직접 받는 나무, 남쪽과 남서쪽의 나무, 산림의 하부(숲 가장자리), 완경사지, 계곡부에 위치한 나무가 주로 말라 죽고 있었다.

죽어가는 나무들의 대부분은 원뿌리는 살아 있는데, 잔뿌리는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한 항목들을 연결하면 하나로 귀결된다.

장마철에 내린 많은 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해 숲의 가장자리와 계곡부로 모이고, 그곳에서 생육하는 낙엽송 뿌리의 호흡을 방해한다.

이후 맑은 날이 지속되는 8~9월에 환경변화가 큰 남쪽 사면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된다. 결과적으로 과습이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으로 결론을 맺게 됐다.

더욱이 이와 같은 피해는 장마철 비가 많이 내린 2017년도와 2023년도에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024년에도 마찬가지로 충북 11개 시군 전역에서 낙엽송 집단 고사 피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고사하는 곳도 확인됐는데, 피해가 적은 지역은 5본 내외, 피해가 심한 지역은 100여 본에 이른다.

2024년 장마철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과습을 원인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올해 여름만 놓고 본다면 건조를 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가 많이 오거나 적게 오거나 모두 피해가 발생한다면 충북지역에 식재된 낙엽송을 수분스트레스에 의한 피해로 정리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수목의 생육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과거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흔한 예로 제주도 구상나무 고사 현상, 대구에서 재배하던 사과가 강원도 고성에서 재배, 제주도 감귤이 남해안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최근 알프스에서 서식하는 유럽 낙엽송(Larix decidua)이 기후변화로 생장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일본에서 조림된 낙엽송이 가뭄으로 고사 향후 조림 가능지역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충북에 식재된 낙엽송도 기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앞으로 고사하는 개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 온도 상승은 산림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더 많은 낙엽송이 고사하기 전에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낙엽송의 벌채 시기를 앞당겨 목재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겠다.

이제는 충북지역의 조림수종을 선정 함에 있어 낙엽송을 대체할 수종이 절실히 필요하다.

산림을 보존하고 산림을 이용해 경제성과 공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산림 갱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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