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교 시인, "시집 아직도 시계탑 아래 서 있습니다" 출간
겨우내 빛바랜 누런 가랑잎들을 밀쳐내며
빼꼼히 얼굴 내민 연보랏빛 봄까치꽃
욕정은 푸른 정맥에 주사된 향정신성의약품처럼
온몸으로 속속들이 퍼져나간다
이렇게 또 봄이 오고,
그리운 얼굴들이 꽃처럼 무장무장 피어난다
시간은 직선운동으로 휘모리장단처럼 달려 나가고
시계는 시곗바늘로 원운동을 지속하며 영원을 기약하지만
아아,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시간의 발자국들을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구나!
남은 생은 서편 저녁놀을 바라보듯이
제자리에서 발걸음을 동동 구를 뿐
미처 가보지 못한 그 길은
늘 호기심으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우리란 것을
나는 믿는다
시 ⌜지나온 발자국이 모두 봄⌟ 전문
황원교 시인의 시집 아직도 시계탑 아래 서 있습니다가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타블라 라싸, 2부 카르페 디엠, 3부 아모르 파티, 4부 살토 모르탈레로 구성됐다.
김석준(시인) 문학평론가는 “황원교 시인은 시말의 상상적 지평을 생명의 약동, 즉 치명적 도약의 극적인 순간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생의 많은 시간이 후회와 분노의 나날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시인은 그 모든 나쁜 징후를 떨치고 참자유를 향해 가고 있다”며 “시인은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되어 마음의 힘으로 공간이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토 모르탈레’를 외치며 또 다른 의미의 생을 구축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황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마냥 내리막길인 줄 알았는데…/ 눈앞에/ 치명적 도약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라고 적고 있다.
황원교 시인은 1959년 춘천에서 출생했다. 1996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2001년 문학마을 로 등단했다. 시집 빈집 지키기 혼자 있는 시간 오래된 신발 꿈꾸는 중심 0.23초 아직도 시계탑 아래 서 있습니다. 산문집 굼벵이의 노래 다시 없을 저녁(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 장편소설 나무의 몸. 3회 청선창작지원 대상, 5회 청주시인상을 수상했다. 총 7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