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서민들의 대표적 ‘급전 통로’인 카드론, 현금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다.
늘어난 대출 만큼 연체율도 고공비행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카드대출·연체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카드 대출 규모(전업카드사 8곳 기준)는 총 44조6650억원에 달했다. 건수로는 1170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금감원이 통계를 추산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인데,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장기 카드대출인 카드론 규모가 38조7880억원(648만2천건), 단기 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가 5조8760억원(522만7000건)이었다.
고금리·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진 데다 1금융권과 저축은행 등이 대출 문턱까지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돈줄이 막힌 취약계층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와 같은 소액 급전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는 의미다.
연체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카드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3.1%로 집계됐다.
카드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1.9%, 2022년 말 2.2%, 작년 말 2.4%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카드대출 연체 금액은 2021년 7180억원(20만건), 2022년 8600억원(24만9000건), 2023년 9830억원(26만5000건)에서 올해 8월 말 1조3720억원(31만2000건)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연체금액은 지난 2003년(6조600억원)과 2004년(1조9880억원) 등 카드 사태 기간을 제외하고서는 가장 큰 규모다.
저신용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증가세의 많은 부분을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부실 심화가 연체율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다중채무자일 확률이 큰 만큼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대출을 최대한 당겨쓴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에까지 손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민국 의원은 "금융 당국이 카드 대출 연체율 추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카드사들의 카드 대출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민 자금공급자 역할을 지속 수행하도록 균형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채무조정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올해 채무조정 확정 건수는 지난달 말 기준 11만5721명으로 벌써 작년 전체 채무조정 확정자(16만7370명)의 70% 수준에 달했다.
채무조정은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을 위해 상환 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을 해주는 제도다.
지난 2020~2022년 채무조정 확정자는 11만~12만명 수준을 유지해오다가 작년 16만명대로 급증한 데 이어, 작년 기록마저 돌파할 기세다.
정부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권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카드론 규모가 유독 급증한 롯데카드·현대카드·우리카드 등에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장기간 침체 되면서 저소득층의 대출이용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지금까지 통계보다 연체율은 더 증가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대란과 맞먹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는 조속히 금융권에 대한 예찰과 관리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4.09.29 18:31
- 수정 2024.09.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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