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를 인하,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에 나서면서 한국은행도 준비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낮추고,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다.
연준이 긴축정책에 마침표를 찍은 만큼 한국의 금리 인하도 시간문제가 된 것이다.
한은의 계획이 맞게 진행되면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무려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되는 셈이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주요 경제교류 국가의 금리 인하 추세와 2%대로 안정세에 접어든 국내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 여건은 이미 조성됐다.
기정사실화된 만큼 금리 인하 폭과 속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 회복이 지연되면서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도 금리 인하는 불가피 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수 부진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7월 "차선 바꿀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미국의 피벗으로 국내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대출과 서울 등 수도권 집값에 다시 불을 지를 수 있는 만큼, 관련 데이터를 더 충분히 확인한 뒤 피벗을 11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8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주춤해졌지만,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원에 육박했다.
이런 불안 요인을 그대로 안은 채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는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에 기름을 부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에 앞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 집값 대책을 강구해야, 금리 인하를 '내수 살리기'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총재의 우려 섞인 발언도 있었다.
그는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이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도 전했다.
급변하는 미국 경기와 세계 금융시장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미국 금리 인하로 고금리·강달러에 대한 부담은 덜게 됐지만, 지난 8월 미국발 전 세계 증시 급락을 보듯,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 혼란의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경기 기조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7차례 금리 인하 사례 중 4차례는 연착했지만, 3차례는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엔캐리 자금 추가 청산 등 자금의 급격한 국가 간 이동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전문가는 “통화정책 전환기를 맞아 국내외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감안한 정교한 정책 조합이 중요하다”며 “물가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긴축 종료 신호가 집값을 급격하게 올리거나, 기업의 구조조정을 막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관리도 필요하다.
카운트가 시작된 만큼 이제 정부와 한은의 올바른 판단만 남았다. 이들의 결정으로 한국의 경제시장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4.10.06 17:05
- 수정 2024.10.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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