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에 들어간 지 8개월에 접어든 가운데 교육 당국이 내년에 복귀하기로 하는 의대생에 한해 제한적으로 휴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예고하자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의대생들이 8개월째 수업을 거부하자 한발 물러난 조치로 보이는데, 되려 반감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생 휴학이 승인되면 내년 전국 의대 예과 1학년 수업을 한꺼번에 7500여명이 듣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이 된다.

이와 함께 의대 과정까지 압축해서 교육하게 되면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충북대 의과대학 등 전국 의대 2학기 등록률은 평균 3.4%에 그쳤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의원이 공개한 9개 국립대 의대생 휴학 처리 현황 자료를 보면 2024학년 휴학 신청자는 1·2학기를 합쳐 총 4647명이다.

이 가운데 6.9%에 해당하는 322명만 휴학이 승인됐고, 나머지 4325명(93.1%)이 휴학 보류상태(동맹휴학 미승인)였다.

대학별로는 전북대 735명(89.5%), 부산대 672명(98.5%), 전남대 650명(92.3%), 충남대 623명(95.3%), 경북대 490명(90.9%), 경상국립대 420명(991.9%), 충북대 275명(91.4%), 강원대 256명(91.8%), 제주대 204명(97.1%)였다.

서울대는 이런 상황에선 올해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보고 의대생의 휴학 신청을 일괄 신청했다.

각 대학에서 휴학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확산하자 교육 당국은 지난 6일 동맹 휴학이 아니라고 한다면 휴학을 허용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대학별 증원과 복학 규모,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2025학년도 신입생에게 수강 신청과 분반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것이 대책의 주요 골자다.

이 같은 대책에도 내년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유급·제적 조치를 하겠다는 강경책도 내놨다.

교육부는 7일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에 전날 발표 내용을 담아 ‘2025학년도 1학기 복귀 조건부 제한적 휴학 허용’과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이번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의대는 다른 대학보다 방학 기간이 짧고 시험도 많다. 6년 내내 빈틈없이 짜여 있는 의대 커리큘럼을 고려할 때 교육 기간을 1년 줄일 경우 교육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내년 의사 배출 중단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하겠다는 취지라지만 의사의 질은 따지 않고 양만 맞추면 된다는 면피성 발상에 불과하다.

대학들은 의대생에게 편법 휴학을 강요하고, 휴학 승인의 책임을 대학에 미뤘을 뿐 의대생이 호응할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학의 자율성 침해도 도를 넘었다. 휴학 승인 비율과 내년 재정 지원을 연계하고, 2개 학기를 초과해 휴학할 수 없도록 학칙 개정에도 일일이 개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교육부는 대통령실 눈치 보기에 급급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를 내걸고 대학을 압박하기 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년 의대 교육에 차질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정부와 타협 없는 의료계 사이에서 환자들의 고통과 불안만 커진다.

정부와 의료계는 자존심 싸움은 끝내고 건설적인 대화에 나서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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