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해마다 9~10월 이맘때에는 전국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다리는 통계청의 '중요 발표'가 하나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전국민 사망원인' 통계가 그것이다.
통계청은 오래전부터 발표시점 기준 전년도의 대한민국 국민 사망원인을 조사해 다음해 이맘때 공식 발표를 해 왔다. 기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안타깝게도 '자살'이다.
물론 여전히 한국인 사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암과 기타 질환도 뉴스가 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 때문에 이 뉴스는 기자들의 보도 아이템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는 것이다.
통계부터 보면 지난해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10대부터 30대까지는 자살, 40대 이후는 암이었다. 예상과 다르지 않다.
작년엔 하루 평균 38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전체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자살률은 2년 만에 증가해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경제적 어려움과 상대적 박탈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고 자살률'이라는 속상한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2023년 사망 원인 통계를 크게 보면 지난해 사망자 총 숫자는 35만2511명으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지난해에도 2년 연속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통계청은 "코로나 이후 지속된 경제적 빈곤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 평균은 10.7명인 데 반해 한국은 24.8명으로 압도적 1위다. 평균의 2배가 넘고 2위인 리투아니아(17.1명)와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정부는 앞으로 10년 내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추세 변화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 정책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자살 사망자의 가족이나 지인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97%는 자살 전 위험신호를 보인다. 그런데도 이를 주변에서 감지하는 비율은 24%에 그친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 동료 등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통계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인 나라에서 세계 최고 자살률이 계속된다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 어처구니 없는 걱정이 당장 우리 눈 앞의 일이다.
국민들의 자살이 많다는 것은 그 국가(사회)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뜻이다. 해당 원인은 먼데 있지 않다. 정치권 탓이다. 정쟁에 몰두해 민생이 팽개쳐지고 그 와중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은행 이자에 쫓기는 것는 물론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빠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고, 아이 키울 자신이 없어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는데 나라 꼴이 잘 돼먹을수 있겠는가.
정치권과 사회, 개인과 집단 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사는 길’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4.10.09 18:52
- 수정 2024.10.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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