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비위 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여전히 제식구 감싸기에 그치고 있다. 비위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즘 청주시가 일명 '카지노 공무원' 경징계 논란으로 시끄럽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킨다고 하나 작금의 공직기강 해이는 결코 한 마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청주시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모 행정복지센터 A팀장에 대한 감봉 2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A팀장은 관광부서에 근무하던 지난해 6월 미국 출장을 떠나 현지 카지노에 출입했다. 그는 일과 후 숙소 건물에 있던 카지노에서 수십만원의 판돈을 걸고 카지노 게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모 행정복지센터 팀장으로 부임한 뒤에는 다른 팀 직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고, 막말과 고성을 일삼는 등 직장 내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청주시 인사위원회는 A팀장에게 지방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 직장 내 갑질 등의 책임을 물어 징계 처분을 했다. 그는 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비위가 있음을 확인했는데도 경징계로 그쳐 징계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비단 청주시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2023년도 대전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자료를 보면 미성년 학생을 대상으로 성비위를 저질렀음에도 견책과 감봉 등 경징계에 그치고 교단으로 복귀한 대전지역 교원이 절반 이상이나 됐다. 최근 3년간의 성비위 문제 징계조치는 정직이 9건, 견책 3건, 불문경고 2건, 감봉 2건, 기타 3건 등으로 중징계인 파면과 해임은 각각 1건에 불과했다.

몇년전에는 물류터미널을 지으려는 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전시 공무원들에게 대전시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자 정부합동감사팀이 제동을 걸고 강력 처벌과 함께 검찰에 고발할 것을 요구한 일이 있었다.

이처럼 공무원의 제 식구 감싸기는 비단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한 범죄를 저질러도 기소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기소를 했다손 쳐도 솜방망이 처벌로 국민들의 원성을 사기 일쑤였다. 게다가 각급 기관마다 자체 징계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무원 갑질과 비리는 이른바 권력 라인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고 한다. 권력이 큰 만큼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공직비리가 눈에 띄게 줄지 않는 이유는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제 식구 감싸기 문화 탓이 크다. 해외 출장지에서 카지노를 출입한 공무원에게 고작 감봉 2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데 그치니 징계제도는 그저 허울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와 분위기 쇄신이다. 공직 비리와 갑질 행위는 법적 양형이나 감시체제가 허술해서 빈발하는 것은 아니다. 또다른 장치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현재 운용되고 있는 제도만으로도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을뿐더러 공직풍토를 올바르게 할 수 있다. 문제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크고작은 부패성 비리가 생겼다 하면 쉬쉬하며 감추려 하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동류애에 덮여 솜방망이 징계로 끝나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일탈행위는 단순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직무 유기행위다. 타의 모범이 돼야 할 공직자들의 비위에 대해 보다 엄중히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공직사회의 기강은 곧 나라의 기강이다. 공직사회가 흔들리면 나라도, 지자체도 지역민의 생활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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