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길거리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는건 크고작은 도시 어디에서건 쉬운 일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을 정도로 우리 일자리가 넘쳐나는 걸까?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게 지금 우리의 고용 구조다.

실업자 5명 중 1명은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얼마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실업자 56만4000명 중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20%인 11만3명에 달했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날까?

고성장 고임금 경제에서는 청년들이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안하려 한다. 3D 일자리를 기피현상이다.

이건 우리나라만 그런건 아니다. ‘차이나는 차이나지’라면서 살짝 낮춰보는 중국조차도 ‘탕핑(身+尙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 청년들이 많다고 할 정도로 전세계적 현상이다. 일자리 양극화와 '일자리 미스매치'가 장기 실업자 증가의 한 요인이라는 얘기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구인·구직 시장 수급이 맞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일할 사람을 찾는 직장은 많은데 정작 거기서 일할 사람이 없는 상태다.

일할 곳은 많은데 청년 실업은 늘어나고, 길거리에서 외국인근로자를 쉽게 만나는 현상이 그 대표적 예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구직 기간도 늘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처우나 직업 안정성 차이 등은 여전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부채질한다.

실제 장기 실업자 중 이전 직장을 중도에 그만둔 사유도 시간·보수 등 작업 여건 불만족'(24.7%)이 많았다고 한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청년층의 장기실업을 부르고, 장기 실업자 중 청년층 비중이 높아질 경우 국가경제는 절대적으로 암울하다. 청년층의 결혼 기피와 저출산으로 이어져 국가의 미래·장기 생산능력을 상실케 하는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비임금 노동자가 많아지는 것도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다. 이들 노동자가 필요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 분야가 더 늘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청년 고용 저하(청년 실업 증가)는 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의 분명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지갑이 얇은 청년들이 미래가 불안한 와중에 소비를 할리 없어서다.

특히 이들이 실업을 견디다 못해 크고 작은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자영업 역시 한계 상황이라는데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저성장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이게 경기 불안정을 동반 상승시키는 일을 막으려면 청년층의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게 가장 확실한 대안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활력 높이기와 선순환 구조 촉진에 힘써야 한다.

수출 호조 등을 내수 증가로 연결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정부와 기업이 총력 나서주기 바란다.

중소기업의 혁신과 고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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