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역대급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여름. 충남 서산시 공무원들이 탈진해 쓰러져 있던 1인 가구 고령의 주민을 구조해 화제가 됐었다. 이날 공무원들은 약 1주일 전부터 해당주민의 통화 기록이 없다는 통신사 연락을 받고 주민의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문은 잠겨 있었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이에 소방관과 함께 다시 방문해 이 주민을 구조한 것이다. 그대로 방치됐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서산시는 일정 기간 전화 통화 기록이 없는 1인 가구를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안부를 살피는 ‘밤새안녕 모바일 안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로 고독사 위기의 시민들이 잇따라 구조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사회적 타살’로 불리는 고독사가 지난해 3661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최긋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고독사 발생 현황과 특징을 조사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독사는 2022년 3559명에서 지난해 소폭 늘었다. 2021년 3378명, 2020년 3279명 등 5년째 증가세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는 1.04명이다. 2019년 1.0명, 2020년 1.08명, 2021년 1.06명, 2022년 0.95명 등 쉽게 줄지 않고 있다. 단절된 사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부는 고독사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1인 가구 증가를 꼽았다. 1인 가구는 2021년 716만6000명에서 2022년 750만2000명, 2023년 782만9000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전체의 35.5%를 차지한다.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구가 전체 3분의 1을 넘는다는 얘기다. 연령별로 보면 고독사는 여전히 장년층인 50·60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50·60대 남성 고독사 사망자가 2022년과 지난해 전체 고독사의 54.1%와 53.8%를 차지했다. 장년층은 은퇴나 실직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고독사 위험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이들은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독거노인 등과 달리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적잖다.
청년층의 고독사 문제도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고독사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율이 유독 높다. 지난해 전체 고독사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는 14.1%였는데 20대는 59.5%, 30대는 43.4%가 자살 사망자였다. 청년층이 고독사에 이르는 과정은 취업 실패나 실직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집에서 나와서 혼자 사는 청년들이 생계 해결에 실패하면서 세상을 등질 생각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고독사를 줄이기 위한 연령대별 맞춤형 예방대책이 절실하다. 또 고독사 사망자 중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2022년 39.7%, 2023년 41.4%로 나타났는데, 여전히 절반이 넘는 고독사가 경제적으로 취약하지 않은 가구에서 발생한다는 의미다.
고독사 위험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가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수명은 늘어나지만 혼자 살거나 공동체 붕괴로 사회와 연결되지 않은 개인이 늘어나는 추세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누구든 은퇴나 실직, 가족 해체 등으로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고독사가 사회구조적 고립이 낳는 사회적 질병이라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죽음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국가와 지역사회가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다져야 한다. 개개인도 늘 따뜻한 시선과 손길로 주변과 이웃을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4.10.24 18:23
- 수정 2024.10.2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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