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여종 서원고 행정부장
[동양일보]필자는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큰 누나와 14년이라는 나이 차가 난다. 어린 시절 의문이 들었던 것은 큰 누나를 집에서 부르는 실제 이름과 가족관계증명서의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큰 누나 출생 당시 아버지가 불러주신 이름을 면사무소 서기(공무원)가 잘못 알아듣고 착각해서 들리는 대로 호적등본에 등재한 것이다. 지금이야 모든 것이 전산화됐으나, 6.25 전쟁 직후인 그 당시에는 위와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했으리라. 단순한 에피소드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 면사무소 서기가 가진 권한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었던 일화이다. 필자의 직급은 교육행정 6급이다. 예전 공무원주사라고 불리던 시절에는 그 분야의 베테랑 공무원으로 꽤 대접받던 시기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IMF구제금융으로 많은 회사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던 시기에는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금이야 공무원이 철밥통도 아니고 대단히 인기있는 직업이라 여기지 않는 시대가 됐으나 한동안 선망의 직업이었던 때가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2004년 충북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처음 발령받고 난 이후 지금까지 공직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모 중소기업의 경영관리팀에 취업해 4년을 다녔으나, 다소 높았던 연봉과 경력을 포기하고 과감히 공직에 도전한 것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보수와 연금, 직급 상승에 따른 호봉인정, 정년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공무원 후배들을 보면 ‘공직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과연 정년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언론과 인터넷에는 연일 악성민원으로 자살한 공무원의 안타까운 소식이 올라오고 있다. 오늘도 많은 공무원 후배가 불합리한 조직문화와 왜곡된 보상체계를 감내하며 묵묵히 버티고 있으나, 언제까지 이런 희생을 감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많은 공무원 후배가 퇴직을 결심하고 공직을 떠나는 주요 원인은 적은 급여 때문일 것이다.
187만7000원, 9급 1호봉의 기본급이다. 누구는 말한다 ‘급식비도 있고 직급보조비도 있지 않느냐’고 그래서 그걸 다 합쳐도 220만원 정도된다. 1끼당 급식비는 6330원이다. 매월 점식 급식비와 기여금을 공제하고 4대 보험 등을 제외하면 급여통장에 입금되는 금액은 180만원 정도이다. 이 급여에서 월세와 보험료, 공과금, 생활비 등을 제하고 나면 과연 인간다운 삶은 살 수 있을까? 우스갯 소리지만 ‘MZ세대 공무원들은 비자발적 자택감금을 해야 겨우 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공무원의 직급 체계를 1급에서 9급까지 정하면서 임금도 이에 따라 차등 적용시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급체계에 따른 임금 격차도 점점 벌어져 저경력 공무원의 급여는 물가상승률에 못 미쳐 실질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이유로 MZ세대 공무원은 연예와 결혼, 집을 구매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정액 임금인상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통해 MZ세대 공무원들에게 보다 큰 혜택을 주고 공직에 대한 보람을 찾게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나는 소망한다. 앞으로 우리 공무원 후배들이 능력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고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을 받아서 유능한 후배들이 공무원 시험에 많이 지원하기를...
나는 기대한다. 능력있고 똑똑한 공무원 후배들로 인하여 대한민국과 충북교육이 발전하고 뛰어난 인재들이 배출돼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