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계탐사 보고서 ‘삶결따라 이천오백리’ 발간
5년에 걸쳐 815km 탐사한 기록 담아
태어나고 자란 삶의 터전 답사 길잡이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우리나라 유일하게 육지로 형성된 충북지역 도계를 따라 5년 동안 발품을 팔며 각 분야별로 탐사한 활약상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청석학원 산하 중·고교에서 38년 6개월간 교직 생활을 한 정동주(80·사진)씨가 사비 2000만원을 들여 충북도계탐사 보고서 ‘삶결따라 이천오백리’(대한출판 340쪽)를 펴냈다.
정씨는 2006년~2010년 충북도계 10개 시·군 50개 읍·면 166개 법정리 마을 총 815.1km(GPS거리, 2500리)를 탐사했던 기록을 자세히 다뤘다.
1944년 충북 진천 출생 정씨는 충북대 농과대학 농학과와 동국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0년 청주상고에서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충북대 123ROTC(5기 임관) 출신으로 대성중·고와 청석고에서 교련과 지리과목을 가르치다 2008년 8월 평교사로 교단을 내려왔다.
퇴직을 2년 앞둔 2006년 청주상고 제자인 연방희 충북산악연맹회장이 탐사단을 구성하면서 사진촬영과 기록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기록팀장을 맡았다.
정씨는 “충북은 지리뿐 아니라 역사적 애환이 많이 깃든 곳”이라며 “충북 자연에 대한 심도 있는 답사를 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반도 유일한 내륙 도인 충북은 대전·충남·경기·강원·경북·전북 등 6개 시·도와 경계를 이룬다.
그는 “백두대간의 중심축이 흘러가는 경계는 동쪽 경계의 중심축이며, 남서쪽은 금강 줄기, 서북쪽은 한남금북정맥이 경계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며 “그럼에도 충북의 경계를 돌아보면 산계(山系)와 수계(水系)의 중심축을 벗어나 이상하게 도계가 그려진 곳을 여러 군데 발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삼국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삶의 터전으로 더없이 좋은 여건을 갖춘 충북을 차지하려는 세력 간의 힘의 각축장이었던 까닭이 크다.
우리나라 근간을 이루는 척추·등줄산맥 백두대간 총길이 1444km 중 139km가 충북 단양에서 충북·경북·전북도가 만나고 갈라지는 분기점 영동 삼도봉까지 충북을 이루는 길이다.
전체 40여 명으로 구성된 충북도계탐사단(단장 연방희)은 ‘삶결따라 이천오백리’라는 기치를 걸고, 2006년 5월 13일 청원군 강외면 연제리 낙건정에서 출정식과 충북도 도계 탐사 5개년 계획 선포식을 갖고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충북이 대한민국 유일 내륙도이자 한반도 중심이지만 도계에 대한 체계적 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대장정을 기획했다.
5년 간의 긴 탐사는 몸을 가시덤불에 내던지게 하고, 갑작스러운 폭염·폭설 등 기상악화로 긴급 하산을 하게 만들었고, 길을 잃고 다시 찾기를 수천 번 반복했다. 탐사를 편하게 하기 위해 비포장 산판길과 논둑길 등을 헤집던 버스는 2대나 교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씨는 “자연이 준 금수강산을 잘 보존하고 최소의 개발로 최대 삶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고장으로 육성·발전시켜야 한다”며 “우리 후손에게 빌려 쓴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돌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이 충북을 좀 더 알고, 나라와 국토 사랑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충북도교육청에서 충북교육도서관과 각 학교 도서관에 책을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현재 한국지리학회와 사진지리학회 이사로 활동 중인 정씨는 건강이 허락되면 충북도에 대한 자연적 지리를 더 공부하고 싶다는 게 마지막 꿈이다.
그는 부인 윤기숙(79)씨와 용훈(51·고대 경제학교수)·태훈(49·GS건설) 두 아들을 뒀다. 글 지영수 기자·사진 손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