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동양일보]전에 없던 무더운 10월이 지나고 11월이 다가오자 곧바로 추위가 시작된 느낌이다.
추위는 몸의 혈관을 수축시켜 근골격계 통증 환자에게도 고달픈 계절이지만, 만성질환의 대표격인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시기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추위로 인해 에너지를 축적하고자 식욕은 증가하지만 활동량이 대폭 줄어들어 포도당 소모가 잘 안 되고, 추워진 날씨로 인해 혈액순환이 둔해져 말초혈관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는 것일까? 과거에는 기름진 음식 섭취가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귀족병’이었으나, 최근에는 패스트푸드 등 고열량 섭취 증가, 1인 가구 증가 등 산업화의 영향으로 인해 직업, 재산, 연령 등을 망라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OTT시장 확대 등 미디어 시장의 변화,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 및 SNS 활성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내 활동시간 증가,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당뇨병에 노출되기 쉬운 조건이 많아지면서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당뇨병 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당뇨병과 비슷한 병증이 소갈병(消渴病)이다.
목이 말라 물을 많이 마시고(多飮), 밥먹을 너무 많이 먹고(多食), 많은 양의 소변을 자주 보는(多尿) 등 삼다증(三多症)이 특징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러한 소갈병은 그 증상에 따라 비교적 입이 마르고 물을 많이 마시는 상소(上消), 잦은 과식을 하지만 살이 빠지는 중소(中消),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소변이 기름진 중증 상태인 하소(下消)로 나누어 달리 치료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는 개인에 맞는 한약처방, 침치료 등을 위한 계획을 잡고 실행하기 위한 것일뿐, 평소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으면 치료는 요원하고 합병증은 막기 힘들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가 현명하게 겨울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겨울을 맞은 당뇨병 환자는 △식이요법 및 식욕억제 △지속적인 운동 △면역력 강화 및 감기예방 △보온·보습 △충분한 수면 및 위생관리 등 5가지 수칙을 잘 기억해야 한다.
우선 맵고 짠 기름진 음식보다는 담백한 음식을 섭취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평소보다 조금씩 줄여준다.
날씨와 상관없이 실외든 실내든 운동은 식후 30분~60분 정도 이후에 약간 숨이 찰 정도로 꾸준히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육량을 높이는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혈당조절에 더 유리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혈당 수치가 자동적으로 오르고 시럽 형태의 감기약도 혈당을 높일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면과 철저한 위생관리를 요한다.
마지막으로 보통 당뇨발이라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은 상태로 청결히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