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어쩌다가 사사건건 국민들이 둘로 쪼개져 격론하고 대립하고 갈등하며 생산활동에 써야할 소중한 에너지를 이토록 허무하게 소모하는 건지 알수가 없다.

국민들은 하나로 가고 뭉치며 잘하자 하는데 이 소모적 논쟁을 부추기는, 안해도 되는 일을 굳이 하는, 그저 잘 하고 있는 것을 괜히 긁어대고 상처내며 말썽을 키우는 진원지가 어디의 누구인가.

그 원시적 책임을 찾아 묻기 전에 이미 우리 국민들은 지쳐만 가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8월 김형석 교수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했을 당시의 경우로 돌아가 보자.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창하는 그의 성향 때문에 79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결국 사상 초유로 정부와 광복회가 쪼개져 치러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제는 국가보훈부가 ‘(가칭)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까지 발표했다. 누가 봐도 졸속이다. 독립운동이라는 민족적 자부심을 하루아침에 둘로 쪼개 이제는 독립기념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마저 두갈래로 나눌 판이니 씁쓸하고 불쾌할 뿐이다.

이 현상에 특히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은 천안의 국가 제일의 독립기념관으로 알고 자부심으로 느끼며 살아 온 우리 충청권 사람들이다.

충남도의회가 6일 천안 독립기념관의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며 정부가 계획중인 제2독립기념관 건립에 반대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냈다.

도의회는 도의회는 국민의힘 신한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2독립기념관 건립 반대 건의안'도 채택하고 최근 국가보훈부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가칭) 설립을 추진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건의안에는 전국에 이미 9개의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 기념관 건립은 심각한 예산 낭비와 기능 중복을 초래한다고 전제돼 있다.

천안 독립기념관을 리모델링하고, 온라인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독립기념관을 구축하는 대안을 제시한다고도 덧붙였다. 백번 지당한 건의이자 지적이다.

충남도의회 건의가 아니더라도 독립기념관은 대한민국 국민 남녀노소 누구에게라도 그 마음속에 ‘영원한 누나’로 자리잡고 있는 유관순 열사의 혼이 서린 곳이다.

해마다 수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찾아오는 수학여행 1번코스이기도 한, 우리 민족사의 자존심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항상 하나로 모으고 국가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그런 웅대한 성지를 놔두고 무엇을 더 짓겠다는 것인가.

제2독립기념관의 또다른 문제는 ‘역사 갈라치기’다. 이건 이념의 문제여서 그야말로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제2독립기념관을 지을거라면 정부가 사전에 국민 여론을 듣고 공감대부터 얻어야 하는데 이 상식적인 절차부터 모두 생략되지 않았나. 그러니까 졸속이라는 말부터 듣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엉뚱한 계획과 발상 때문에 국민들은 지금 우왕좌왕 갈팡질팡 하고 있다. 서로 내가 옳으네, 네가 옳으네 싸워야 하고 갈등하며 반목하고 있으니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의 민생마저 외면당하고 있다.

천안 독립기념관의 위상 중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게 바로 이곳은 19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맞서 국민성금을 모아 세워진 곳이라는 점이다.

만약 또다른 독립기념관 건립이 현실화된다면 천안 독립기념관의 설립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

충남도의회가 채택한 건의안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게 단순히 독립기념관이 충남에 있어서가 아니라는 점 등을 정부 각부처, 청와대, 국회 각 정당 등이 바르게 인식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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