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가 쓴 꽃 이야기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우물가에서 고단한 하루를 씻고는 뜰팡에 고무신 세워 놓으며 괘종시계를 보던 부모님의 시간은 낮에는 햇빛이 돌리고 밤에는 달빛이 돌렸으리라. 그럴 때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간은 햇빛과 달빛으로 흘렀겠지.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계바늘도 회전하였으리라.(..중략) 꽃이 피는 시간과 사람의 시간은 얼마나 다를까.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꽃이 피듯이 시간의 테두리 바깥일지라도 남은 내 인생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울 날이 올까. 시간의 바깥에서 오늘 지금이란 시간에 꽃을 심고 가꾸리라. ('시간의 바깥' 중)
모임득 포토에세이 <시간의 바깥(수필과 비평사)>이 출간됐다.
이번 수필집은 표제에세이 '시간의 바깥'을 비롯, 49개의 야생화 사진과 함께 49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1부에서는 '꽃, 너에 머물다'란 소제로 너도바람꽃, 얼레지 등 12편을 △2부 '시간의 바깥'에서는 시계꽃, 금강초록꽃 등 12편 △3부 '병아리풀'은 자주쓴풀. 고마리 등 13편을 △4부에서는 '가슴꽃'을 소제로 왕괴불나무 열매, 미선나무 등 12편, 모두 4부에 걸쳐 49개의 수목을 보고, 웃고, 울고, 사색하고, 바람나고, 정이 들은 이야기를 가감없이, 진솔하게 펴냈다.
작가는 "한송이 꽃마다 가지고 있는 힘이 있어 산길에서 만나는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었고 작은 우주를 품은 꽃은 때로는 스승이 되기도 했다. 꽃과 함께한 시간은 그 자체로 꽃이었다"며 "누군가 꽃 사진과 내 글에 웃을 수 있다면, 야생화에 애정 어린 눈길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하다. 독자들 마음에 희망의 꽃을 피우면 좋겠다"고 전했다.
모 작가는 1962년 충북 증평 출생으로, 2006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충북여성문학상, 수필과비평문학상, 청주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수필집으로 <간이역 우체통>, <먹을 갈다>, 선집 <아버지의 고무신>이 있다. <먹을 갈다>는 아르코문학 나눔도서로 선정됐다. 박현진 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