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석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동양일보]공무원을 준비할 때나 공무원이 되었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배우는 가치 중 하나는 ‘청렴’이다.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로 전통적으로 바람직하고, 깨끗한 공직자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오늘날 ‘청렴’은 부패행위를 하지 않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서, 정의감을 바탕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공정성·투명성·책임성’ 등 바람직한 가치를 실천하는 적극적인 행동 기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청렴은 단순히 부패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다. 공직자가 시민들의 신뢰를 얻고, 시민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청렴하게 행동하면 시민들은 공무원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되고, 이는 정책의 수용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반면, 부정행위가 발생하면 시민들의 불신을 초래한다. 이는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청렴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공무원으로서의 필수 조건이다.
이처럼 중요한 청렴은 옛날 공직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가치이자 덕목이었다. 청렴결백한 관리를 양성하고 장려할 목적으로 실시한 제도 중 하나는 청백리(淸白吏)이다.
청백리란 청렴결백한 관리라는 뜻으로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청렴하고 부지런하며 인품이 뛰어나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을 말한다.
조선을 대표하는 유명한 청백리로는 선조-광해군-인조 3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이원익을 들 수 있는데 이원익은 평생 변함없는 청렴함으로 존경받았다.
그의 청렴함이 드러난 일화는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돼 있다. 인조 9년, 임금이 승지 강홍중을 보내어 이원익을 문안한 뒤 “그가 사는 집이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강홍중은 “두 칸 초가가 겨우 무릎을 들일 수 있는데 낮고 좁아서 모양을 이루지 못해 무너지고 허술하여 비바람을 가리지 못합니다”라고 아뢰었다.
이 말을 들은 임금은 “재상이 된 지 40년인데 두어 칸 초가는 비바람을 가리지 못하니, 청렴하고 결백하며 가난에 만족하는 것은 고금에 없는 것이다. 내가 평생에 존경하고 사모하는 것은 그 공로와 덕행뿐이 아니다. 이공(李公)의 청렴하고 간결함은 모든 관료가 스승 삼아 본받을 바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5칸짜리 집 한 채를 이원익에게 하사했다. 하지만 이원익은 “신을 위해 집을 지으니, 이것도 백성의 원망을 받는 한 가지”라며 수차례에 걸쳐 받기를 사양했다고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청렴의 의미도 특정한 범위에 국한되지 않고, 요즘에는 더욱 광범위하게 해석되고 있다. 오늘날 청렴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아, 신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결국, 청렴의 실천은 개인의 도덕적 의무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