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겨울철 불청객’으로 불리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해도 어김없이 충북에서 발생 됐다.
지난 7일 음성군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감염증상을 보인 오리를 정밀검사한 결과 고병원성(H5N1형) AI로 확인됐다.
문제는 아직 철새들의 본격적인 이동이 시작되지 않다는 점이다.
철새들의 활발한 이동이 이뤄지는 이달 말부터 내년 3월 초 사이 고병원성 AI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철통 방역이 필요한 시기다.
매년 수배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고, 수백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면서 농업계에선 고병원성 AI를 ‘조류 에이즈’라고 부르고 있다.
한번 감염되면 농장의 가금류는 모두 폐사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이에 따라 정부와 충북도는 긴급 방역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구성, 발생 농에 대응팀을 투입하고 모든 출입 통제와 역학조사 등을 조치했다.
또 전국 오리사육 농장 등 축산 시설과 차량에 대해 방역 기간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중수본은 바이러스 접촉 가능성이 있는 철새 도래지 등의 출입을 삼가고, 농장 출입 차량을 2단계 소독하는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농가에 주문했다.
중수본은 또 내년 3월까지 고병원성 AI 확산 차단을 위해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
우선 전국 가금사육 농장의 정밀 검사 주기를 단축하고, 발생농장 같은 계열사의 전국 오리농장에 대해 정기적으로 정밀검사에 나선다.
이에 따라 산란 가금과 토종닭은 월 1회에서 2주 1회로, 육용오리는 사육 기간 중 2회에서 3∼4회로 각각 정밀검사 기준 횟수를 늘렸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내 11개 시군에 '도지사 특별지시(제2호)'를 시달했다.
김 지사는 특별 지시를 통해 고병원성 AI 조기 수습을 위해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 파악과 함께 전파 예상 경로별 차단방역 대책을 추진한다.
여기에 바이러스의 농장 유입 방지 대책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또 간부 공무원의 일선 방역 현장 점검도 요청했다.
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운영해 24시간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철새도래지에 대한 축산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고병원성 AI 확산은 식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겨울철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때마다 달걀값이 요동쳤다. 올겨울에도 전국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달걀값이 또다시 오를 거란 전망이다.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발생농장 반경 500m 이내 농장에서 사육하는 가금류는 매몰해야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주변의 농장들도 매몰 대상에 포함된다.
산란계 농장은 악취 등 민원 때문에 밀집된 구역에서 군집 사육을 하는 것이 특징으로 한번 감염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달걀값 인상은 제빵업계와 요식업 등 관련 업계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AI가 확산하게 된다면 달걀값 인상은 불 보듯 뻔하다“며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농가들과 관련 업계는 벌써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원성 AI가 확산했던 2020~2021년 겨울에는 달걀 1판(30개) 가격이 1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고병원성 AI의 특성상 방역 당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 농가들의 관리가 가장 중요한 셈인데, 농가 주변에서 야생조류 사체 등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고 방역을 위해서라도 철새도래지 등의 감염 위험지역 방문을 철저하게 자제해야 할 것이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4.11.17 18:59
- 수정 2024.12.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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