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지난 19일 조일교 아산시장 권한대행이 ‘열과(熱果·열매터짐) 피해’ 농가에 대해서도 농작물 재해보험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건의하자고 제안했다.

논산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 열린 충남 시장·군수협의회에서다.

배 주산지인 아산에서 올해 여름 평년 대비 장기간 이어진 폭염과 집중 강우로, 배 농가의 30%가 열과 피해, 15%가 일소 피해(햇볕 데임)를 봤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아산시만의 일이 아니라 전국 과일 농가에서 공통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농민들에게 농작물은 자식과도 같다. 농작물은 농민들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을만큼 농민들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온 정성을 쏟는다.

기계로 찍어내는 공산품이야 1mm의 오차도 없이 제시간에 똑같은 품질의 상품을 무한적으로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농민들이 애지중지 정성들인 농작물은 그렇지 못하다. 날씨 탓이다.

기후가 농산물 작황의 절반을 좌지우지 하는 특성상 농민들은 항상 하늘을 보며 감사해 하기도 하고, 때론 원망도 한다. 가뭄이 지속되거나 폭우가 쏟아져 농작물을 휩쓸어버리거거나, 땡볕이 작렬해 농작물을 익혀버리거나 또는 일조량이 부족해 아예 성숙이 덜되는 미숙과를 만드는 등의 ‘날씨 횡포’에 하염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지구촌 어느나라 농업이든 공통된 숙명이다.

따라서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인들이 ‘내 노력과 무관한, 내가 어찌 할 방도가 없는’ 이 피해를 적절히 보상해 주는 게 국가의 책무다.

배 주산지인 아산시뿐만 아니라 알밤의 고장으로 유명한 공주시도 올해 가뭄과 고열에 의한 작황피해를 크게 입었다.

알밤 성숙기인 6~8월 사이에 역대급 폭염이 지속된데다 그 기간도 너무 길어 밤이 알차게 익지 못했다.

작황이 안좋은 것은 물론 수확량이 줄어 올해 겨울 알밤축제에 댈 물량을 걱정할 정도다.

감귤 생산지인 제주도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한다. 특히 레드향 품종은 껍질이 얇은 품종 특성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해 피해 규모가 전체의 36.5%에 달한다고 한다.

열과피해가 주로 발생하는 과일 품종은 배, 감귤, 알밤, 포도, 대봉감 등 다양하다.

앞으로 이상 기후가 계속돼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후피해이기 때문에 열과 피해에 대한 재해보상은 더욱 시급하다.

그런데도 농작물 재해보험은 열과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생리적 장해로 분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열과 피해 역시 농민들의 잘못이 아닌, 100% 하늘의 뜻에 따라 벌어진 피해이다. 재해보험으로 보상이 가능한 일소 피해와 다른 것이다.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는 농업인 귀책 사유가 아닌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자연재로 생산량이 줄어 소득이 감소하면 농민들은 당장 대출금 상환과 농자재대 상환은 물론 생계마저 위협받는다.

정부는 현 농업재해대책법과 농작물재해보험 등을 개선, 지금과 같은 피해 사각지대가 없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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