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구 충북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장
[동양일보]산업혁명 이후 기술 발전은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노동력 투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됐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는 늘고 가사 노동은 줄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세탁기 보급이다. 세탁기는 여성의 가사 노동을 줄이고 사회 참여를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마찬가지로 농업기계화는 농촌의 일손을 줄임과 동시에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였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농업기계화율은 2023년 현재, 논은 97.7%로 상당히 높고, 밭 농업기계화율은 63.3%로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농업기계화는 농업노동 강도를 낮추며 이를 위해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등의 첨단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원격과 자동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작물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과학 기반의 농업방식'이다.
또한 농산물 생산량 증가는 물론, 노동시간 감소를 통해 농업환경을 개선하고 빅데이터 기술과 결합해 최적화된 생산·관리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최적화된 생육환경을 제공해 수확 시기와 수확량 예측뿐만 아니라 품질과 생산량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농업은 여러 가지 작업별로 성별 역할 구분이 있으며, 특히 채소 작물에서 역할을 구분하는 경향이 크다. 대부분 남자는 하우스 관리, 경운, 비배관리와 병해충 방제 등 활동이 많은 작업을 하고, 여성은 파종 및 식재, 덩굴(가지)유인 및 순 정리, 수확 및 포장 정리 등 세밀하고 섬세한 작업을 해왔다.
시설 재배 작목은 상추 등의 엽채류와 토마토, 수박 등 과채류로 크게 나누는데, 엽채류는 양액 또는 관비 재배가 일반화됐고, 과채류 중 토마토, 딸기는 스마트팜 기술이 많이 개발되어 농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수박은 1회 수확하고, 과일이 무거운 특성 때문에 대부분 농가에서 땅바닥으로 덩굴이 생장하는 포복 재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재배는 순 정리, 곁가지 제거, 적과 등의 작업을 하는데 많은 노동력이 소요 되는데 대부분 여성의 몫이다.
수박 포복 재배는 측지 제거, 수박 돌리기, 수확 등의 쪼그려 앉는 자세의 농작업이 90% 이상으로, 농촌 여성 대부분이 척추관협착증 등의 허리가 굽는 근골격계질환으로 농부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수박 재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재배 방법이 개발됐는데, 부분 방임 재배로 곁순따기 노력을 절감하는 방법과 수직 재배법이 있다.
특히 수직 재배법은 쪼그려 앉아서 하는 작업을 서서 하는 작업으로 변환시켜 농부병 발생이 감소 되고 노동 강도를 50% 정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직 재배는 양액을 이용하여 수박 스마트팜을 가능케 하며, 더불어 고품질 중소형 수박 규격과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팜 도입은 여성농업인 노동 강도를 줄임과 동시에 각종 근골격계 질환도 예방하여 삶의 질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농업에서 스마트팜 기술과 융합해 생산성을 높임과 동시에 투입 노동력을 감소시킬 것으로 보이며, 충북에서 추진하는 AI 과학영농 기술 개발과 확산으로 농업인 성평등에도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