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주 충북도 농업정책과 농촌상생팀장
[동양일보] ‘양성평등’의 사전적 정의는 남녀가 동등한 사회적 조건과 지위, 의무를 갖는 것이며, 말 그대로 동등함이 주요 의미이다. 하지만 여러 매체에서 젠더(gender) 갈등을 다룬 뉴스가 자주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젠더 갈등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존 롤스(John Rawls)의 저서 ‘정의론’의 관점을 빌려 말해 보고자 한다. 롤스는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투자한 사람이다. 롤스는 정의론을 통해 ‘결과’보다 중요한 것이 ‘공정한 절차’라고 말한다. 절차가 공정하다면 그에 따른 결과도 정의롭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한 절차’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이를 위해, 롤스는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한 머릿속 상상의 실험(사고 실험)을 한다. 그 안에서 결정자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을 쓴다고 전제하며, 베일을 쓴 자신은 사회적 지위를 전혀 모르는 ‘원초적 입장’이 된다. 어떠한 절차를 만들 때, 무지의 베일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하게 된다면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으로 규칙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롤스는 이 머릿속 상상의 실험에서 무지의 베일을 쓴 원초적 입장의 사람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 및 ‘차등의 원칙’이 지켜지는 상황에서만 사회적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다고 했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은 표현할 자유, 재산을 소유할 자유 등 기본적인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기회균등의 원칙’이란 누구든지 사회적 지위를 얻을 기회가 균등하게 분배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차등의 원칙’은 가장 적은 분배를 받게 되는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이 분배되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정리하자면, 롤스는 모두가 베일을 쓴 원초적 상황에서 나 또한 최소 수혜자가 될 수 있으니, 최소로 분배된 자에게 최대 이익을 주는 것에 합의할 수 있으며, 위 원칙들이 지켜지면 불평등이 발생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허용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롤스의 견해를 ‘양성평등’에 적용해 보자. 아이를 가졌을 때 아이의 성별은 누구도 결정할 수 없으며 우연히 결정된다. 우연히 결정된 성별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 특성, 성격 등 많은 것이 다르다. 그 사람의 재능, 성과 등이 아닌 이렇게 우연히 결정된 성별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면, 그런 사회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이다. 무지의 베일이 벗겨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젠더 갈등을 해결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무지의 베일을 쓰고 이성을 바라보자. 한쪽 성 또한 다른 성에 비해 적게 분배된 최소 수혜자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한쪽으로 적게 분배된 지위가 있다면 보다 많은 이익을 줄 수 있는 정의로운 사람이 돼야 한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나의 이익, 재능, 가치관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동등한 위치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며, 공정한 절차를 만들자는 것이다. 양성평등 사회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오늘부터 롤스의 베일을 써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