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동양일보]민주화 반세기를 딛고 지방화 반세기를 향한 막이 올랐다.
그 동인은 바로 전국 도처에서 전개되는 이른바 지역 특별법 제정에 있다. 바야흐로 지역 특별법 전성시대라 불러도 무방한 시국이다.
제주, 세종, 강원, 전북이 각각의 특별법을 통해 ‘특별자치시도’로 이미 출범했다. 부산, 인천, 대전, 전남은 특별자치시도 설치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대구, 경북은 통합을 조건부로 특별자치시 설치 법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화는 권한의 국민 이양을 지향하고, 지방화는 권한의 지방 이양을 지향한다.
OECD 주요국은 민주화와 지방화의 양 날개로 국가를 운영한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민주화됐으나, 지방화에는 유독 속도를 내지 못하던 터였다. 지방화 빠진 민주국가인 우리 사회는 중앙집권적으로 반세기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그렇지만 그 성장의 너머에서 생겨난 저출생 고령화의 그림자는 지방을 소멸 위기로 몰고 있다. 그 타계를 위한 지방의 자구책이 바로 지역 특별법이다.
그간 지방화 논의는 강제성 없는 일종의 구호 같은 외침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지역 특별법은 지방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 수단을 지역마다 갖는다는 측면에서 각별하다.
특별법의 내용이 지역마다 유사한 애로가 있으나, 특화를 위한 지방의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예컨대 강원특별자치도는 산림을 특화하고, 전북특별자치도는 농업을 특화하고 있다.
지역 특별법이 지방 축소의 대응 전략으로 도래한 여건에서 충북은 중부내륙 특별법을 주도하여 만들었다. 2023년 12월 26일의 일이다.
태생이 다른 세종을 제외하면, 제주, 강원, 전북에 이어 네 번째 지역 특별법이다. 목적은 충청북도 및 충청북도와 경계를 이루는 시군구를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으로 묶어 국가균형발전의 거점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함에 있다.
그 일환으로 행정안전부장관, 환경부장관, 산림청장은 이 지역의 발전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계획에 담긴 사업은 국가보조금을 특별히 상향해 지원한다.
충북 중심의 계획권역을 설정하고 국가의 특별한 계획이 수립된다는 사실은 충북에 대단한 호재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현행 중부내륙 특별법은 26개의 조문이다. 제주 481조, 전북 131조, 강원 84조에 비해 여전히 왜소하다.
충북을 중심으로 한 중부내륙 지역 특성에 입각한 권한이양과 특화수단을 계속 더 반영해야 한다.
중부내륙은 국토중심 배산임수의 차별적 특성이 있다. 국토의 중심에서 시도 간 연계협력 필요성이 크고 파급효과도 크다.
산과 강이 많은 배산임수의 환경으로 생겨난 댐은 국가 공업용수의 50% 가까이 공급하는 등 국가적 기여가 크다. 연계협력, 배산임수의 특성을 더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양과 특화발전 방안의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앞선 제주, 강원, 전북은 특별법 제정 이후 매년 법 개정에 나서 권한이양을 통한 지방화를 강화하고 있다.
충북이 초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발전종합계획의 미래상은 ‘경계를 넘어, 생태와 함께, 지속가능한 중부내륙’이다.
연계협력이 원활하고 배산임수의 지형을 이루는 특성을 살려 개성있는 중부내륙을 조성하는 계획이 바로 지방화의 길이다. 계획이 실효를 갖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중부내륙 특별법의 연계 개정 노력이 당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