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북한군 파병을 좌시하지 않겠다.” “필요시 공격용 무기 지원도 고려하겠다.”
상당히 익숙한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북한군 파병 논란과 관련해 내놓은 말이다.
어느나라 국민들보다 매우 절절하게 ‘전쟁 트라우마’가 있는게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그런데 먼 동유럽 국가들의 난리통에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참전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처럼 윤 대통령은 연일 강경발언으로 러시아를 자극한다.
오죽하면 러시아가 "한국, 무모한 조치 자제하라" “한국에 모든 방법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며 경고를 퍼부을까. 러시아는 심지어 미국 등에 핵 사용까지 위협하고 있다.
참다 못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제발 좀 가만 있으라”고 사정하는 형국이다.
대전 지역 5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전자주통일평화연대(대전평화연대)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과 전쟁 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주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의 방한을 앞두고 대전평화연대는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군 파병·살상 무기 지원 등의 군사 지원을 약속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전평화연대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무기를 간접 지원했으며,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살상용 무기 지원과 한국군 파병에 관해 이야기해왔다"고 주장하며 "평화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파병과 살상 무기 지원을 반대한다"고 요구했다.
대통령(정치인)의 외교적 수사(修辭)는 모호하며 중도적이고 우회적이며 예우를 갖춰야 한다.
외교적 발언에서 '그렇습니다'라고 말하면, 그건 '고려해보죠'를 의미하고, '고려해보죠'라는 건 '안 됩니다'를 의미한다.반면 외교적 수사에서 '안 됩니다'라는 식의 단정적 표현은 절대 쓰지 않는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게 생명이다. 안그러면 전쟁까지 나는게 국가 지도자의 말이다.
9.11 테러가 벌어지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신의 응징이다"라며 기뻐 날뛰었다. 눈 뒤집힌 미국은 이라크를 초토화시켰고 후세인을 잡아 처형했다.
반면 중국, 이란, 팔레스타인 등 다른 반미 국가들은 속으로는 미국이 미워도 테러엔 공식적으로 반대의 수사를 썼다. 특히 팔에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는 9.11 희생자를 돕겠다며 70세의 고령에 헌혈까지 했다. 이게 외교적 정치다.
이런 기본은 국무총리나 장관도 아닌, 외교부 9급 주무관도 뻔히 아는 일인데 윤 대통령이 지금 하는 언행은 국민들을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윤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이나 대응 움직임은 우크라이나에 전투병을 파견한 북한에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것 쯤은 국민들도 인정한다. 하지만 정도의 문제다.
작심하고 하는 강경 발언과 외교적 기조는 불필요한 논란과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국민들은 ‘절대 그럴리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정부가 정말로 155mm 포탄 지원이나 그와 유사한 방식의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면 그 결과도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러시아의 첨단무기 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가 남북간 군사력의 치명적 불균형을 초래할수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들의 우려가 무엇인지, 냉정한 국제질서의 흐름 속에서 어떤 노선을 걷는게 국가의 존립에 이로울지 잘 판단해 주기 바란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4.11.27 18:31
- 수정 2024.1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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