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교육부가 내년 학교 현장에서 첫선을 보일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관련 속도 조절에 나섰다.

내년 3월부터 초3·4, 중1, 고1 대상 수학·영어·정보 과목에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지만, 국어, 기술·가정 과목은 제외하고, 사회와 과학 과목은 적용 시기를 1년 연기했다.

이는 과목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현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로드맵 수정에 나선 것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달 두 교과목의 도입 연기를 요구하며 속도 조절을 건의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2025년도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변경된 도입 이행안 (로드맵·2025~2028년)을 함께 내놨다.

교육부는 큰 효용이 없는 교과는 제외하고 보완이 필요한 교과는 도입 시기를 늦추면서 수요가 있고 효과가 큰 과목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 신학기까지 불과 석 달밖에 남지 않은 데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까지 통과돼 AI 디지털교과서가 갈 길이 녹녹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교육부는 수정된 로드맵대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법적 지위 박탈 가능성 등 난관이 많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8일 AI 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AI교과서 사용은 의무가 아니라 학교장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법 통과 시) AI 교과서를 활용 못 하는 학교 학생들은 혜택에서 소외된다”며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사회·과학 도입이 1년 연기된 이유에 대해서는 “(내년 도입되는 수학·영어와는)약간 다른 형태의 맞춤형 진단이 필요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먼저 배운 것이 뒤에 배우는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위계성이 있는 수학·영어와 달리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사회나 실험 등을 기반으로 한 과학은 그에 맞는 학습 방식을 보다 정밀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사전에 연수받은 이른바 선도교사들이 현장에서 교사들을 교육하고 학교별 컨설팅도 추진하면서 신학기까지 차질 없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선도교사도 최종본을 처음 접하는 데다 교사마다 디지털기기 숙련도가 다른 만큼 얼마나 제대로 된 수업 준비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당장 내년 신학기 도입될 AI 교과서가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 현장의 걱정은 여전하다. 29일에야 총 76종이 검정을 통과하면서 신학기까지 준비 기간이 불과 석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3개월간 현장 적합성 검토부터 교과서 선정까지 끝내야 하는데 일정이 촉박하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등 교육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파급력 큰 사안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 현장의 우려를 씻어내야 할 뿐 아니라 학습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지속적 검증하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교사 행정업무 경감을 통해 AI 디지털교과서를 연구하고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민할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

교육부는 정교한 준비로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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