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지지부진하다. 애초 정부는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의 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2차 이전을 위한 밑그림을 한 차례 연기했는데 이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더 늦춘 것이다. 밑그림에 대한 해당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계획은 세워진다. 따라서 지금부터 서둘러도 어수선한 현 정부 임기 내 될까 말까 한 판에 내년으로 미뤄져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임기내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계획이 수립됐고 2014~2017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19년까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53개가 이전되며 1차 이전은 마무리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 8번째 적은 수치다. 공공기관 46%가 현재 수도권에 쏠려 있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계속 연기되고 늦어질수록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과 지역 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마다 수십 개씩 공공기관 유치 목표를 내세우는 등 이해관계 충돌도 심해져 어느 정도 조율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마냥 늦춘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2013년부터 전국 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이 이전한 성과는 인구 유입과 기업 유치, 지방세 증가 등이다. 통계청은 2011년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가 역전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역전 시점은 9년 늦춰진 2020년이었다. 그러나 클러스터 활성화는 답보 상태에 있고, 전반적으로 의료와 교통에 대한 이주 주민의 만족도가 낮은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지역소멸의 큰 흐름을 막을 해법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 이슈분석'에 따르면 2015~2022년 수도권의 전국 경제성장 기여율은 70.1%로 2001~2014년 기여율(51.6%)보다 18.5%포인트 급증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11년 49.2%에서 지난해 50.6%로 증가했다. 2015~2021년 수도권 순유입 인구의 78.5%가 청년층이었다.

지금도 많이 늦은 2차 이전 작업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힘들어진다. 이미 수차례 경험으로 겪어본 바다. 올해 총선을 핑계로 미뤄졌던 일정이 다가 올 지방선거 앞에서 또 연기되지 말란 법은 없다. 아마도 정부 관료들은 골치 아프고 시끄러운 이 사안을 선거를 빌미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사안 자체가 정치적 휘발성이 높다 보니 선거 시기이건 아니건 추진에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간 갈등이 큰 사안일수록 정부가 조기에 밑그림과 함께 추진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미적거릴수록 지역 간 갈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공기관 이전은 인구와 경제의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해 서둘러야 하는 국가적 과제 아닌가.

윤석열 정부는 최소한 했던 공약은 지켜야 한다. 여전히 공공기관의 40% 이상이 수도권에 머물고 있고 이전 대상은 500개에 이른다. 1차 이전 공공기관만으로는 성장 거점화 동력이 부족했다. 지역 인구 감소와 청년층 대량 유출의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일자리가 제조업과 복지, 교육 중심으로 정체되고 수도권의 증가하는 전문, 생산적 서비스 일자리보다 임금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꼭 필요하다. 반발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딜레마와 갈등을 푸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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