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애경 글로벌사이버대 교수
[동양일보]저출산 문제로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 아이러니하게도 무국적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부모와 함께 입국한 이주 아동, 불법 체류 부모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들, 그리고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도 국적 취득 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를 포함한다. 특히, 영유아기에 입국해 부모의 결정으로 한국에서 살아가게 된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숫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국적법은 ‘속인주의’를 원칙으로 하여,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녀는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반면,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경우, 그 자녀는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이러한 법적 기준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이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 해당 자녀는 본국 법에 따라 출생신고를 해야 하며, 이는 ‘국제사법’ 제68조에 근거한다. 그러나 많은 불법체류 외국인 부모들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미등록 아동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미등록 아동들은 출국조치가 원칙인 불법체류 외국인 부모와 함께 성장하는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비록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났지만, 언어와 문화가 낯선 본국으로 강제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과연 이러한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정부가 직면한 인구절벽 상황에서 이들의 존재가 과연 어떻게 다뤄져야 할지, 이는 심각한 문제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등록 아동을 보호하고 이들의 출생등록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국내 국가인권위원회와 민간 단체들은 불법체류 외국인 자녀의 출생등록과 생존권, 교육권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22년부터 ‘출생통보제’를 시행하여 의료기관이 신생아의 출생 사실을 자동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여 출생등록 누락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출생통보제가 출입국 정보와 연계될 것을 우려, 아동 출생등록을 꺼리면서, 병원 외 출산이 증가하면서 제도적 사각지대가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는 부처 간 협조와 신속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등록 아동이 겪는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모의 불법체류 문제로 인해 이들은 의료 지원이나 교육 등 기본적인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며, 나아가 성인이 되어도 신분을 증명할 수 없어 취업이나 금융 활동에서 법적 제약을 받게 된다. 이는 인권 문제를 초래하고, 범죄에 악용될 위험을 더욱 증대시킨다.
이에 법무부는 2022년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 ‘한시적 체류 허가제’를 시행하여, 외국인의 자녀가 한국에서 출생하거나 6세 미만의 영유아기에 입국하여 6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면서 교육을 받은 경우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신청자는 예상보다 적고,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아 그 규모는 실제보다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지 못하거나 국적 문제로 인해 교육과 사회적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속인주의를 따르는 대한민국에서 속지주의를 통해 불법체류 외국인이 출산한 아동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기준에 맞춰 미등록 아동의 국적 및 체류 문제를 보다 포괄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보다 지속 가능하고 유연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있다. 첫째, 부모가 안심하고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출생통보제와 출입국 관리의 분리를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체류 허가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범칙금을 완화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위기 임산부를 위한 병원 외 출산 대책을 강화하고, 제도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장기적으로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재로서는 법적·사회적 보완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