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백제 의자왕의 딸 ‘계산’ 공주 소설 집필 중
“문학은 구도의 한 방편…문학인으로 사는 일 지난하지만 행복”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부여에 살면서 백제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가 있다. 이강원(60· 사진) 작가는 내년도 탈고를 앞에 두고 백제 의자왕의 딸 ‘계산’ 공주를 붙들고 소설 집필에 한창이다.
새벽 4시, 그는 백제 땅 부여에서 살아냈던 가상과 실존의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느라 시간을 뛰어넘는다. 몰입의 과정이다. 열정을 다해 백제인의 부활을 꿈꾸는 이 작가는 고창이 고향이다. 30년 전 직장생활을 위해 부여에 정착했다. 그동안 세 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지금 발 딛고 있는 부여는 소설의 주된 배경이다.
첫 번째 장편소설 <아버지의 첫 노래>는 죽음을 보살피고 애도하는 바라지 가락이야말로 존재의 시원으로부터 발아돼 그 시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생명의 리듬이라고 본다. 작가는 소설의 첫머리에서 독자들을 백제금동대향로 앞으로 안내한다. 그 향로에서 다섯 명의 악사도 그런 음악을 연주했을 것이란 추정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번째 장편소설 <소년의 강>은 부여의 자그마한 마을 ‘인갱이’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 최초의 악기인 생(笙)을 주 소재로 한 예술소설이자 흐르지 못한 강의 비애와 인간이 훼손한 자연의 모습을 그린 환경소설이다.
소설집 <중정머리 없는 인간>에 수록된 “당신의 태평성대”는 백제가 망하던 날을 배경으로 한다. 궁녀인 항아가 금동대향로를 숨기고 배소 악사인 여울과의 사랑으로 생긴 아이를 낳고 죽어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태평성대를 탐색한다.
“벼랑에서 손을 놔라. 그래야 비상이든 추락이든 할 것 아니겠나” 소설 <중정머리 없는 인간>에서 밝힌 작가의 말이다.
이강원 작가는 40대 중반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생계와 글 쓰는 일 사이에서 오랜 방황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는 “구도에는 여러 방편이 있을 텐데 문학도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나에게 문학은 삶이고 문학인으로 사는 일이 지난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독이야말로 글쓰기의 최고의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이 작가는 옛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번 소설 “계산” 공주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나면 ‘백제금동대향로 오악사 이야기’, ‘윤도’(나침반), ‘고인돌’에 대한 이야기를 쓸 계획이다. 백제와 마한, 청동기시대가 배경이 될 것이다. 그만큼 자료 수집과 공부해야 할 분량이 많지만, 그의 관심은 시간을 거스르는 소설 집필에 있다.
이강원 작가는 집필 주인 소설에 대해 “백제 패망의 원인을 의자왕의 정치 부재가 아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보고 싶었다”며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묻혀있는 백제문화가 드러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여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