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비상계엄 사태로 정국 혼돈을 틈탄 파업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전국철도노조가 지난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고, 교육 등 공공 부문과 자동차 등 산업계에서도 파업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주노총도 ‘윤석열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고, 야당과 합세해 장외집회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파업과 불법시위 탓에 경제·산업현장이 마비되고 사회 혼란도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하철·철도 파업 첫날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대전에선 열차 운행이 4시간이나 늦어지는 일이 벌어졌고 화물열차 운행률이 평소의 20%대로 떨어졌다.

철도노조 총파업 나흘째인 지난 8일 열차 운행률이 평소보다 77.7% 수준으로 떨어지며 이용객 불편이 커졌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교육공무직도 지난 6일 파업을 벌여 급식·돌봄·방과후학교 등 학교 현장이 혼란을 겪었다.

충북도내 262개(51.5%) 학교는 빵·우유(248개교), 도시락 지참(2개교), 기타(12개교) 등 대체 급식이 이뤄졌고, 전체 256개 돌봄운영학교 가운데 41개교(16.1%)가 파업에 참여했고, 11개교가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11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금속노조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철강, 전자 등 주요 제조업체가 대거 포함돼 있어 경영계는 좌불안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치구호를 앞세운 총파업이 사회 혼란을 불러오고 국가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총파업 동력을 얻었다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정치·경제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와중에 파업으로 혼란을 가중한다면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학비연대의 파업이 올해도 같은 명분으로 되풀이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대전지역 학비노조 급식조리원의 장기 파업으로 초등학생들이 한 달 넘게 시판도시락을 먹는 일이 발생해 학부모들이 파업참여 인력에 대한 학교 복귀 반대 청원서와 전근 동의 서명서를 교육청에 전달하는 등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충북교총은 학생의 최소 기본권인 학습권과 건강권이 위협받는 파업에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을 위한 노동자의 파업이 존중돼야 하듯이 학생들의 학습·건강·안전권도 동등하게 보호받고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과 실현을 위한 합법적 쟁의 행위는 존중하지만, 학생들을 볼모로 매년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악순환의 파업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노동계는 정치 투쟁을 멈추고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황당한 계엄령으로 민노총에 투쟁 빌미를 준 것은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지만 정국 혼돈을 틈탄 정치파업은 민생 안정과 국가 안위 차원에서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국 혼란으로 정부와 국회 기능이 장기만 마비될 경우 국가 신인도가 추락하고 외환·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돼 국가적 위기 사태로 확산할 수 있다.

정부는 선제 대책과 효율적 집행을 통해 파업에 따른 시민불편과 기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여·야도 차기 대권 등 정파적 이익 좇기에만 매몰되지 말고 경제·민생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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