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한여름 장마철 하천에서 크게 불어난 물 위로 허연 배를 드러내 놓고 둥둥 떠내려 가는 물고기를 보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누가 또…’이다. 악덕 업체가 마구 쏟아지는 폭우 속에 수질에 극도로 악영향을 미치는 독극성 환경오염 물질을 슬그머니 방류했다는 의미다.

이런 일이 과거에는 허다하게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법규가 정비되고, 처벌과 단속이 강화된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업체들의 양심과 인식개선 덕분에 많이 줄어든걸로 안다.

하지만 一魚濁水(한 마리의 고기가 물을 흐림. 한 사람의 잘못으로 여러 사람이 그 피해를 입게 됨)라 했던가. 아직도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악’이 존재한다.

올 한 해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의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에서 적발돼 송치된 환경 범죄가 8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올 한 해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 점검 결과, 84건의 환경 범죄를 수사해 8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유형별로는 화학물질 관련 위반이 41%(35건)로 가장 많았고, 대기와 폐기물(각 23%), 환경영향평가(9%) 위반 순으로 적발됐다.

위반 행위로는 유해화학물질 영업(변경) 허가 미이행, 유독물질 등 수입신고 미이행, 폐기물 처리기준 미준수, 지정폐기물 처리계획 변경 확인 미이행 등이 확인됐다.

지자체와 관계기관들의 환경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해유발업체의 비양심적 행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대기오염물질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측정이 쉽지 않아 관리가 더 어렵고 적발도 그만큼 어렵다. 장마철에 대량으로 불어난 물에 몰래 방류하면 적발하기도 어려워 업자들이 이런 점도 많이 악용해 범죄가 발생한다.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점은 배출시설 허가·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시설을 방치해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새어 나오게 하는 사례다. 각종 오염물질 단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게 겉으로야 사업주의 경각심 부족이라는 식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업주들이 실수, 일시적 착각 등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수법이 여기에 숨어있다. 즉 실수 등이 아니라 처음부터 작정하고 위법을 저질렀으면서 나중에 적발되면 “실수로 신고를 빠트렸다” “기계 고장으로 오염물질이 방류됐다”며 발뺌한다는 점이다.

노후한 영세업체나 폐수처리수탁업체 등에서 허용기준 초과 배출이 위법인 것을 알면서도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아 저지르는 사례, 심지어 초과 배출해도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강심장도 한몫 한다.

적발 시 과태료나 과징금을 지불하는 게 시설개선 투자와 환경오염물질 처리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보다 낫다고 여기는 악의적 사고방식까지 더해져 환경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대기와 수질 생태계 환경오염은 시민과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미래범죄다.

우리가 사는 이 터전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후세에 물려주려면 한번 적발된 공해업체는 사업장 재가동이 어려울 정도로 엄중한 처벌을 해야한다.

그래야 차후 비슷한 오염을 막고 같은 유형의 업체들에게 적절한 경고가 될 수 있다.

불법 업체들이 어물쩍 넘어가지 못하도록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강화하고, 적발된 업체는 강력 처벌하는 등 철저한 사후 조치를 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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