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선 충북대 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1949년, 대한민국은 해방과 건국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과학기술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전국과학전람회가 있었다. 이 행사는 과학기술의 과도기였던 우리나라에서 창의적 인재를 발굴하고 과학을 대중화하는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대통령상 수상자인 임한종 교수는 이 여정의 상징적인 출발점이었다.
나는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로서, 임한종 교수님의 제자로 오랜 시간 함께 연구하며 배움을 이어왔다. 스승님은 단순히 기생충학 분야의 선구자일 뿐 아니라, 한국 과학계에 깊은 흔적을 남긴 분이다. 이번 70주년 채널A 특집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과학의 길을 묻다’에서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전국과학전람회가 얼마나 많은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켰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제1회 전국과학전람회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임한종은 개구리 기생충 9종을 발견하는 연구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는 300여 마리의 개구리를 해부하며 끈질긴 탐구심으로 연구를 완성했다. 이후 한국 최초의 기생충학 박사로서 우리나라 기생충 퇴치 활동에 일생을 헌신하고, 세계 최초의 간흡충, 폐흡충, 뇌신경낭미충증 치료에 성공하여 인류보건에 크게 공헌하였다.
스승께서 언젠가 말씀하셨다. “전국과학전람회는 내게 꿈을 심어준 무대였다.” 한 명의 학생이었던 그는 전람회 대회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에 평생을 바치게 되었다. 그의 업적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전국과학전람회의 목적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진흥과 국민생활의 과학화를 위한 풍토를 조성하는 데 있다. 이 행사는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교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며, 물리, 화학, 생물, 산업 및 에너지, 지구 및 환경 등 5개 분야에서 작품을 출품 받아 심사한다.
이 행사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중단 기간을 제외하고 이제까지 매년 개최되어 왔으며,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기술문화행사이다.
전국과학전람회는 지난 70년간 많은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탐구와 도전의 기회를 제공해왔다. 이 대회는 단순한 경연장이 아니라, 학생들이 창의적 사고를 시험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이었다. 임한종 교수님뿐만 아니라, 이 대회를 통해 성장한 많은 인재들이 국내외의 학계와 산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예컨대,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초등학생 시절 광합성 작용에 대한 연구로 대상을 받으며 과학적 소양을 쌓았고, 서울과학고등학교 조기졸업, 한국과학기술원, MIT에서 수학한 후 한국의 주요 기업인 엔씨소프트에서 최고전략책임자로 활약하고 있다.
경기북과학고등학교의 한준상, 곽승재, 조하린 학생은 ‘퀀텀 닷을 활용한 라즈베리 파이 기반의 휴대용 자외선-가시광선 분광기 제작’ 연구로 대회의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함으로써 학생들이 과학적 탐구 능력과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사례임을 보여주고 그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사례로, 충북과학고등학교의 노수빈 학생은 일상 소재를 활용한 과학 탐구로 주목받았다. 우리말과 우리글의 물리적 우수성에 대한 탐구를 수행하여 제69회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또 다른 주제인 로봇 개발을 통한 줄다리기의 핵심 메커니즘을 연구하여 놀랍게도 2년 연속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국과학전람회가 인재발굴의 산실임을 보여준다. 올해에는 2,483 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이 중 299점이 본선에 진출하였고 다양한 부문에서 시상이 이루어졌다. 전국과학전람회는 그동안 수많은 인재를 발굴했다. 이 대회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도 한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의 호기심을 피하지 마세요.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국과학전람회는 그 여정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젊은이들이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 미래의 주역이 되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