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정 청주시 청원구 내덕2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동양일보]바람이 쌀쌀해지면서 겨울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 추워질수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귀가가 조금만 늦어져도 주차할 곳이 없어 주차장을 몇 바퀴씩 뱅뱅 돌아야 했던 경험은 아마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맘때 쯤이면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작년 겨울, 그날도 늦게 귀가를 하는 바람에 주차장에 차를 세울 자리가 없어 주차장을 몇 분 째 배회하던 일이 있었다.
주차장 구석구석을 배회하던 중, 나와 비슷하게 주차 자리를 찾다가 댈 곳이 영 없었는지 차들이 지나가는 통로에 아슬아슬하게 주차해 놓은 얌체 같은 차량을 보게 됐다. 찾고 있는 주차 자리도 잘 찾아지지 않는 마당에 좁은 길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는 차를 보니 괜스레 더 얄밉게 느껴지는 마음에 참지 않고 옆자리에 탄 엄마에게 “아무리 자리가 없어도 이런 곳에 차를 대면 어떡해. 본인이 편하자고 여기 지나가는 차들을 다 불편하게 하잖아”라며 불평한 뒤, 나는 다시 주차 자리를 찾아 배회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 며칠 후, 다시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날도 몇 바퀴씩 주차장을 뱅뱅 돌던 차에 며칠 전 그 얌체 차량이 차를 댔던 공간이 비어있는 것을 보게 됐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여기 그냥 댈까? 내 차는 작아서 여기다가 대도 될 것 같지 않아?” 하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그럼 네가 며칠 전에 비난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는 건데 괜찮겠어? 밖에 주차하더라도 그런 사람은 되지 말자” 하고 대답하셨다.
그때는 엄마의 일침에 머쓱하게 웃고 말았지만, 다시 그때를 생각해보니 왜인지 모르게 내가 공직에서 들어왔던 ‘청렴’이라는 가치와 연결지어 생각하게 됐다.
우리에게 다른 사람의 부패와 비리행위를 손가락질하고 비판하는 일은 너무 쉬운 일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막상 내 눈앞에 놓인 작은 이득과 편의에는 약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직에 들어온 후, 청렴에 대해 항상 반복해서 들어왔지만 사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청렴하지 못할 만한 큰 유혹을 겪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대충 듣고 넘기거나 공감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주차장에서의 일이 있고, 청렴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고 나서는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우리가 매번 청렴을 강조하고 마음에 새기는 이유는 대단히 큰 유혹이나 비리 앞에서는 물론이고, 일하면서 사소하게 겪게 되는 순간 -이를 테면 내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순간의 편의를 취하고 싶을 때,‘나 하나쯤은, 이번 한 번만은’ 하는 생각이 들 때- 주차장에서 나에게 일침을 날려줬던 엄마의 목소리처럼 우리를 깨우는 양심의 목소리로 돌아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