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지명연구가 (전 음성교육장)
[동양일보]오늘날은 학생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폐교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신도시의 건설과 통합 학교의 신설 등으로 가끔은 학교가 새로 생기고 새로운 이름을 지어야 할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의 이름을 만들기 위해 공모를 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서 좋은 의견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지역 이기주의에 의한 다툼을 만들게 되고 이 다툼에 휘말려 엉뚱한 이름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작정 공모를 하기보다는 관심이 있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이름 후보들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한 후 지역 주민들에게 선택하거나 더 새로운 안을 구하도록 한다면 좋은 이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음성과 진천의 경계 지역에 혁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학교가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혁신도시가 독립된 행정구역과 행정 지명을 가진 도시가 아니라 일부는 음성군, 일부는 진천군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새로운 행정 동의 이름이나 학교 이름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동성초등학교, 동성중학교’가 신설될 때에 학교 이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분분하였다. 결국 ‘맹동, 본성, 두성’을 아우르는 ‘동성’으로 정하였고, 이후 이 지역의 행정동의 명칭도 ‘동성리’라 하게 되었으며, 뒤이어 생겨난 고등학교의 이름도 자연스럽게 ‘동성고등학교’가 되었지만, 과연 자손 만대 이어줄 좋은 이름인지, 더 좋은 이름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중국 연변 지역에서 중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학교 이름을 보니 ‘제1중학교, 제2중학교… 제12중학교’와 같이 부르고 있어 학교의 위치나 특색을 전혀 짐작하기가 어려워 매우 의아하고 불편함을 느꼈다. 세계 각국의 학교 이름들을 보면 학교 이름에는 대부분 지명이 반영되는 것이 세계 공통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명으로 학교 이름을 지을 경우에 지명이 너무 길거나 학교 이름으로 삼기에 부적절한 지명도 있을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제천시 백운면 원월리의 '작은모두랭이골',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의 ‘너네어멍죽은밧’,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옥낭각시베짜는바위’,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의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 정선군 여량면 봉정리의 ‘김달삼모가지잘린곳’, 대전광역시 유성구 학하동의 ‘도야지둥그러죽은골’ 등의 지명은 순수한 우리말로 이루어진 말이지만 너무 길어서 학교 이름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고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바람직한 교명이란 무엇일까?
기존의 학교명을 가지고 분석해 보았을 때 좋은 학교 이름이란 ‘지정학적 위치, 역사적 전통, 교육적 의미, 부르기 좋고, 좋은 이미지를 가진 말’의 조건을 가장 잘 갖춘 이름을 선정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조건을 가지고 생각해 본다면 음성군의 ‘대금고등학교(대소금왕고등학교)’는 지역간의 다툼을 예방하고 옛 충주군 법왕면 면소재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는 한편 좋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다른 이름을 찾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청주시의 신설 학교인 단재초등학교와 신설 예정인 단재고등학교의 이름도 학교명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청주시 단재로는 청주시 석교동 육거리에서부터 미원면 구방리에 있는 괴산로까지 연결되는 긴 도로이므로 뚜렷한 위치 정보를 나타내지 못할 뿐 아니라 단재 신채호 선생과의 특별한 교육적 연계성도 없으면서 학교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았을까? 단재 신채호 선생의 후손들이 항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