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승룡 기자]투자유치 50조, 정부 기관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경제계에선 굴지의 외국계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의 중장기 투자금액과 맞먹는 규모인데, 충북도 민선 8기 2년 만에 투자유치 목표 100%를 달성한 조경순 충북도 투자유치국장의 기획(전략)은 괄목할 성과였다. 올해 말로 정년을 준비하고 있는 조 국장을 만나 투자유치 과정 중 일어난 에피소드와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그동안 충북은 기업들로부터 전략적 투자지역(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낙제점을 받아왔다. 전문인력 인프라가 부족할뿐더러 이주 기업들의 지원정책도 적어 이 같은 성과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조 국장은 투자유치국으로 인사 발령받았을 시기부터 회상했다.

그는 “(2년 전)처음 투자유치 업무를 맡았을 땐 마땅히 내세울 만한 지원(정책)이 없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기업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며 “얼굴이 뜨거울 정도로 외면받은 적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굳게 닫힌 문을 지겨울 정도로 두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요구는 한결같았다. 지자체 지원 사항(세제 혜택 등)을 선 제시하길 원했고 도는 지원이 가능한 정책(정보)을 수집해 기업에 제공했지만, 흡족해하는 기업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각 산업단지(국가·일반) 마다 지원정책이 전국 동일하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며 “충북의 기업 관심도와 국토 중심의 교통·물류 등을 내세운 전략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 국장은 투자유치국에 TF(태스크포스)를 구성, 기업과 공무원의 1대1 상담이 가능한 전담직원을 배치했다.

정책지원을 떠나 기업 맞춤형 민원처리 지원과 취업연계, 도유지 제공 등 충북도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약속하면서 ‘기업 모시기’에 나섰다.

특히 ‘맞춤형 민원처리 지원’은 기업요구(일정)에 따라 준공 시기를 앞당겨 투자유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

그 결과, 지난해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반도체 분야 33개 기업으로부터 28조8000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었고, LG엔솔, 현대모비스, 이녹스첨단소재 등 이차전지분야 31개 기업과 9조35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맺었다.

또 셀트리온제약, 휴온스, 일양약품, 괌젠사이언스, 아이티켐 등 바이오분야 24개 기업과도 2조1800억원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첨단소재부터 바이오 분야까지 기업유치 항목을 확대하면서 기업유치에 속도가 붙었다.

 

올해는 이녹스첨단소재가 오창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2만2000여평) 부지에, 2028년까지 4400억원 규모의 수산화리튬 제조공장을 신설하는 협약을 일양약품과는 음성용산일반산업단지(1만5000여평)에 2026년까지 1545억원 규모의 제조공장 신설을 약속받았다.

조 국장은 국내 기업 투자유치 성과를 발판삼아 해외 기업의 공략에도 나섰다.

일본 기업인 더블유씨피와 1년여간의 오랜 협상 끝에 지난 4월 투자협약을 이끌어냈다. 더블유씨피는 음성군 성본외국인투자지역 3만여평 부지에 광폭코터 전문 생산시설을 설치, 4년간 13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조 국장의 성과로 충북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투자유치 우수지자체에 3년 연속 선정됐다.

올 상반기에는 각종 규제 해소를 위한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 선발대회에서 10명의 수상자 중 투자유치국 직원 4명이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충북도는 대규모 투자유치로 생산유발효과 61조3000억 원, 부가가치창출효과 25조원, 일자리창출 39만5000명 등의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조 국장은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투자유치국 직원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며 “퇴직 후에도 투자유치가 지속돼 일자리가 넘쳐나고 경제가 풍요로운 충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투자유치의 불모지가 ‘황금의 땅’으로 변화하면서 충북도는 2025년 투자유치 금액을 10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박승룡 기자 bbhh010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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