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다사다난했던 2024년 ‘푸른 용’ 띠의 해 갑진년(甲辰年)이 저물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충격은 겨울 한파보다 매서웠다.

전체 탑승자 181명 중 승무원 2명만 목숨을 건졌고, 나머지 179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국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항공기 인명사고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이뤄진 와중에 일어난 대형참사는 연말 탄핵정국까지 집어삼켰다.

2024년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초대형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연말에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고, 이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에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에 놓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사건, ‘서울대 딥페이크’(서울대 N번방) 사건, 경기도 화성 리튬배터리 업체 화재 등 각종 사건 사고도 잇따랐다.

4월 총선을 3개월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배현진 국회의원은 3주 간격으로 습격당했다.

의사 수 부족으로 필수 의료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도 의료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던 의대 증원이 27년 만에 이뤄졌다.

하지만,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격한 대립으로 애먼 환자들이 1년 동안 커다란 불편을 겪었다.

총선이 치러진 올해 정치권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여권에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의혹이 터져 나오며 정치권을 들썩이게 했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데 이어 공천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권 전체가 ‘명태균 리스크’에 휘말렸다.

결국 윤 대통령이 11월 7일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의혹’을 직접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건의 1심에서 각각 유죄와 무죄 판결을 받으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선 유죄,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선 무죄가 선고돼 결과적으로는 이 대표의 1승 1패였다.

유죄가 나오더라도 선거법상 당선 무효 기준인 벌금 100만원 안팎일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기소 2년 2개월 만에 나온 1심 결과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이 판결이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는 데다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없어 대선에도 출마하지 못한다.

국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소설가 한강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타인의 얼굴 사진과 음란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도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2025년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은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푸른색은 희망과 성장을 상징하며, 뱀의 지혜와 결합해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밝아오는 을사년이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한 국태민안(國泰民安)한 해가 되길 소망하는 뜻을 모으는 시간이면서 갑진년의 사건과 사고가 남긴 교훈이 무엇인가를 되살펴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동양일보도 충청인의 민의를 대변하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해부터 독자들을 위한 아침을 열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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