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유환권 기자]편의점에 가면 아무 거리낌 없이 비닐봉지를 달래서 물건을 싸들고 나온다. 슈퍼마켓, 대형마트, 전통시장 어디서든 특별히 ‘죄의식’이나 미안함, 주저함 같은게 없다.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를 마시는 일회용기, 그걸 쓰는 남녀노소 누구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아직까지 그게 부끄러움 정도로 인식될만큼 시민의식이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을 쓰는 것 을 부끄러움으로 느낄 정도의 선진화된 마인드는 언제쯤 도래할까.

올해 당진시가 의미있는 뉴스를 내놨다. 2024년을 빛낸 당진시 10대 성과중 하나로 텀블러 친환경 도시를 꼽았다.

당진시는 중부권 최초로 카페가 자체적으로 텀블러 등 개인컵 사용 고객에게 100원 이상 할인 혜택을 주면 400원을 추가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50곳 이상 카페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체 크기로는 작은 규모지만 나비효과를 기대한다. 당진시의 작지만 의미있는 이런 노력이 전국 지자체로 퍼져나가고 전국민의 마인드 변화를 꾀하게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사실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렸을 정도로 우리 생활의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플라스틱 때문에 인류의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지경이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2020년 기준 425메가톤이나 된다. 재활용량은 고작 22% 뿐이고 나머지는 매립(39%)이나 소각(24%)으로 간다.

우리 역시 자타공인 석유화학산업 생산 규모는 세계 4위이며,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208㎏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4배에 이르고 총량은 1위다.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나서 플라스틱 줄이기, 비닐봉지 덜 쓰기, 공공기관 회의나 행사 때 일회용품 사용 자제하기, 지방자치단체의 테이크아웃 컵 수거하기, 텀블러 세척기 도입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의지는 그나마 희망이다.

문제는 제조의 연속성과 정부의 의지다. 일전에 정부는 소비자가 프랜차이즈 테이크아웃 일회용컵에 '자원순환보증금' 제도를 야심차게 추진하려 했던 적도 있다.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내고 빈 컵 반납시 돌려주는 보증금제를 2022년 몇몇 지자체에서 시범 사업을 하고 2025년 12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철회했다.

정부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국가의 제도로 정착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당진시의 사례처럼 지자체들이 나서서 시민들의 협조를 구하고 그 뜻을 잘 알려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 정책이 후퇴한 이유는 제도의 효용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당장 실시하기에 부담이 커서였기 때문이므로 사용자와 업소의 동의 및 마인드 변화를 촉발시켜 지자체가 나설 필요가 있다. 작지만 꾸준한 실천,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노력이 정착을 한다면 정부도 힘을 얻어 전면시행을 할수 있을 것이다.

이제 플라스틱 오염의 문제는 단순히 사회적 병폐중 하나가 아니라 우리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너무나 깊숙하고 빠르게 스며들어 있는 플라스틱을 줄이고 없애는 일, 모두가 행동으로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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