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 시인, 시집 『달에서 모일까요』 출간
허옇게 뒤집어쓴 눈으로
강가에 홀로 앉아있는 나무 의자
누가 쓸쓸한 저 사유를 내다 버린 걸까
차고 냉랭한 의자도 한 번쯤은
누군가의 안식이었을 터,
마치 혹한을 견디는 것이 사유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직은 성성한 네 다리가 의연하다
의자의 전언이 강을 건너 내게로 온다
몇 번이고 나는 그 의자에게로 걸어가고 싶었다
식은 햇빛 한 장 걸친 의자의 눈을 털고
오랫동안 시 한 수 적지 못한 냉기의 몸을
부려놓고 싶었다
핸드폰을 열고 먼저 그를 담는다
고독한 사유 한 컷!
제 몸에 눈을 받아 앉혀놓고 강물을 베끼는
의자의 시위 곁으로 나는 천천히 몸을 돌린다
- ⌜누가 저 사유를 내다 버린 걸까⌟전문
정영주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달에서 모일까요』가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아가야, 나는 네 숲이고 햇빛 좋은 네 마당이란다, 2부 나무의 얼굴에 온 우주가 새겨져 있다, 3부 모두 일순간 꽃이 된다 4부 태양이 아무도 돌보지 못할 때가 온다는군요로 구성됐다.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는 “정영주의 시들은 자연친화적이다. 거의 대부분의 시들이 자연을 소재로 하거나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의 시들은 인간과 자연, 문명과 생명 사이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며, 현대 사회의 환경적, 존재론적 위기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진지한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자연을 통해 현대 문명 속에서 소외되고 축소되어 납작해진 우리 삶의 두께를 자연을 통해 치유하여 복원하고자 한다. 하지만 상처받고 파괴되어 가는 자연 속에서 그것을 이루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시인은 그 자연의 생명력으로 들어가는 암호를 제공해 준다.
그의 시들은 이 납작해진 우리의 삶에 생명을 부여하여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안간힘이다. 사람들이 삶의 공간에서 밀어내거나 잊어버린 자연물들을 떠올리고 그것에 깃든 정령들을 다시 불러낸다. 그리하여 무엇이 우리 삶에 진정 소중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소개한다.
정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한곳에 발을 묶어 논 뿌리의 언어들!/ 산이 나를 쓰고/ 나를 읽어주는 일들을/ 열심히 지켜볼 참입니다// 또 그대라는 산이/ 이따금 나를 읽어주겠지요”라고 적고 있다.
정영주 시인은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아버지의 도시, 말향고래, 달에서 지구를 보듯, 바당봉봉, 통로는 내일모레야, 달에서 모일까요가 있다.
단국대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단국대, 강원대, 조선대, 광주대, 초당대 등에서 시간강사로 활동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