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충북문화예술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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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1억원짜리 바나나'로 주목을 받으며 23년도에 리움미술관에서 전시가 되었던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이 뉴욕 미술품경매에서 약 86억에 팔렸다. 한화로 정확한 금액은 86억7000만원이다. 저스틴 선이라는 젊은 가상화폐 투자자가 소더비 경매에서 86억에 낙찰을 받고 바로 그 자리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를 먹어 치워버린 사건이 기사로 회자되어 또다시 유명세를 탄 작품이 되었다. 바나나를 회색 덕트 테이프로 전시장 벽면에 붙이는 방식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풍자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들고 전시장으로 들어온 사건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이처럼 예술가들의 작품의 가치는 좀처럼 일반인들의 관점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미술작품의 가격은 때때로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매기고 거래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가 없다.

리움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때도 바나나를 서울대 학생이 떼어 먹었다는 사건이 뉴스가 되기도 했다. 카텔란 전시는 여러 가지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관람객들이 몰려 예약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갈급함과 여러 이슈거리가 겹쳐서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이다. 전시된 바나나는 시들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고 작품의 오리지널 저작권이 판권이 되고 작품을 거래할 때는 정품 인증서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매매하기 때문에 관람객이 떼어 먹은 것에는 큰 손해가 발생되는 건 아니지만 이벤트의 효과로는 대박이었다.

나는 코미디언 작품도 흥미로운 사건이기도 했지만 카텔란의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미술관 전시장 바닥에 홀을 파고 작품을 설치한 것에 미술관측에서 작가에게 배려 해 준 것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공립미술관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미술작품 가격은 누가 정하나?

현대미술에 대한 가격의 평가는 어떻게 형성되는지가 궁금해진다. 데이트 갤러리 관장을 지낸 앨런 보니스는 첫 번째는 동료들의 평가, 평론가들의 입증, 수집가와 딜러의 입증, 마지막으로 대중의 입증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현재는 더 복잡해 졌다고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 미술이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고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 김환기 화백의 우주 작품은 홍콩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에 낙찰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작가의 작품가격도 100억대를 넘기는 사례가 탄생한 것이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본다. K팝의 세계화에 따른 한국미술문화의 위상도 많이 높아진 것이다. 미술인의 한사람으로서도 매우 자긍심을 가질만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작가도 홍콩크리스티 미술품경매에서 당시 생존 작가중 최고가격을 경신하며 한때 큰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한동안 많은 인기를 끌며 작품을 사고자 하는 컬렉터들이 순번을 기다리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처럼 미술품경매시장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지만 높은 가격으로 낙찰 되었을 때는 작가에게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작가들의 작품가격의 결정에는 대중의 영역이 중요한 사례라고 보여 진다. 새해에는 우울한 뉴스들이 거두어 지고 한국 미술계의 훈훈한 소식들이 뉴스를 타고 전파되어 얼어붙은 미술시장이 활력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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