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승룡 기자]“요즘도 눈치 보며 육아휴직을 못 쓰는 회사가 있습니까?”

답을 먼저 말하자면 ‘그렇다’가 정답이다.

양육가정 근로자에 대한 사회시각이 변화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 등 육아휴직, 유연근로제 등 이 속속 도입됐지만,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5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육아휴직 격차가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수행한 '2023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00개 사업체 중 육아휴직제를 알거나 들어 본 적이 있는 사업체는 78.9%로 나타났다.

이중 육아휴직제를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대답한 사업체는 61.4%였다. 전년 대비 8.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9%는 '필요한 사람 중 일부 사용 가능'이라고 답했고, 17.7%는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 불가능'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필요한 사람은 모두가 사용 가능하다'는 응답률은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높았다. 5∼9인 규모에서는 55.4%, 300인 이상 규모에서는 94.1%였다.

육아휴직제도를 실제 사용한 실적도 5∼9인은 7.8%, 10∼29인은 10.3%인 반면 100∼299인은 35.2%, 300인 이상은 55.1%였다.

육아휴직이 끝난 후 복귀 형태의 경우 '복귀 후 지속 근무한다'는 비율이 71.8%로 가장 많았다. '복귀하지 않고 그만둔다'는 비율은 13.2%였다.

다만 5∼9인 사업체의 복귀 비율은 67.4%, 300인 이상은 89.9%로 격차가 컸다.

특히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 불가능'이라는 응답이 나온 사업체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동료·관리자의 업무 가중으로'라는 답이 3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에'(33.0%),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26.0%),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4.9%) 순이었다.

전년 대비 '동료·관리자의 업무 가중으로'와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의 비중은 줄고,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와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에'의 비중은 늘었다.

육아휴직 사용 등에 따른 처우 및 유연근무제 도입률 등도 사업체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육아휴직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의 46.0%는 '육아휴직기간을 승진소요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통계가 말해주듯 육아휴직도 대기업을 중심으로는 안정돼 가고 있지만,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에선 아직도 남의 나라 얘기다.

어렵게 대책인력을 찾더라도 기술습득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대용 인력을 사실상 거부하는 업체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기업은 고육지책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수당을 올려주기도 하지만, 대기업과 다른 구조의 인사체계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해외처럼 전문인력 공급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의 도입이 절실하다.

미국과 이탈리아, 영국 등은 긴급 인력수급이 가능하도록 한 숙달된 훈련자를 상시 배치하고 있다.

육아휴직제도 뿐만 아니라 긴급하게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투입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다.

상시 근로가 어려운 노동자를 선별해 투입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고용도 필요없다.

이 제도가 모든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순 업지만, 선진국의 대응방안을 검토한 필요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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