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영 괴산군의회 의장

지방의회는 조례의 제정이란 입법과 예·결산 통제라는 수단을 통해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수행한다. 따라서 의회는 집행부가 예산을 제대로 수립했는지, 효율적인 예산 배정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곳에 잘 배정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 괴산군 의회에서도 이번 336회 정례회 기간 중 2025년도 본예산의 심사를 진행하면서 예산편성의 근거와 당위성을 검토하고 필수 불가결한 예산과 불요불급한 예산의 구분에 중점을 맞춰 집행부가 제출한 2025년도 본예산 약 5,032억 원 중 괴산형 영농자재 지원사업 14억 원, 보훈대상자 지원금 인상분 약 1억 8천여만 원을 포함한 총 17억 3천여만 원을 삭감했다.
물론 의회가 예산을 많이 삭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번 본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눈에 띄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원칙에 어긋난 예산 수립이다.
이번에 삭감된 괴산형 영농자재 지원사업은 근거가 되는 조례도 없을뿐더러 법령을 근거 삼기도 어렵다. 또한, 보훈대상자 지원금 사업은 관련 조례가 심사 중 임에도 미리 예산을 편성하였다.
근거 없는 예산편성이나 예산을 먼저 편성하고 근거를 만드는 것은 예산 사전절차 이행의 원칙에 위배 된다. 예산은 법령과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관련 법령이나 조례를 사전에 제정한 후에 의결되어야 한다.
둘째, 예산편성 시 예산 과목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
예산편성 관련 규정에는 예산편성 기준과 과목 구분에 대해 명시되어 있음에도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편성안을 보면 규정과 기준에 맞추어 적절한 검토가 행해졌는지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괴산형 영농자재 지원사업의 경우를 보면 단순 지원금 성격의 사업인데도 기타 보상금으로 편성하였으며, 일부 다른 사업도 예산 과목에 문제가 있어 검토 및 변경을 주문하였다.
셋째, 집행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이 너무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산촌 청년 창업지원 9천만 원이라고 기재된 예산은 어떤 내용의 예산이 포함되었는지 의원들이 파악할 수가 없다.
이 사업의 대상자와 지원 형태 등 사업 세부 내용은 어떠한지 알 수가 없다.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세부적인 예산안 작성과 함께 관련 사업설명서의 제출이 필요한 이유다.
의원들도 예산에 대한 시선을 넓히고 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산은 집행부의 정책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의원들은 숫자 속에서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선심성, 전시성, 관행적인 예산을 걸러내지 못하고 자신의 지역구 관련 예산이나 소모성 민원에 관한 예산에만 집중하게 되면 의회는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의회와 집행부가 균형을 이루어 이끌어야 하는 지방자치의 수레는 한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예산은 주민에게서 나오며 예산의 주인은 주민이다. 잘못된 예산의 피해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간다. 이 점을 의회와 집행부 모두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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