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칼럼 연재 4년째 새해를 맞았다. 2022년 새해부터 1달에 2편 이상, 3년 동안 70편이 넘는 칼럼을 써왔다. 부족한 칼럼을 읽어주시는 동양일보 독자님께 새해 인사드린다. 어릴 때 백일장에서 자주 상을 받았고 신춘문예에 응모한 적이 있지만 대학원에서 교수 재직 동안 연구논문만 쓰다 정년퇴임 후부터 바이오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도 시기적절한 칼럼 주제를 찾기 위해 SNS 정보, 논문 및 전문 서적을 찾아보고 좋은 주제나 글귀가 생각나면 자다가도 일어나 메모한다.

대학 진학 시 부와 명예가 보장된 의사의 길보다 호기심에 택한 수의학, 수의사의 길은 운명이자 도전이었다. 개업 수의사보다 뛰어난 생명과학자가 되고자 유학도 다녀왔다. 모교가 아닌 충북대 교수가 된 것에 미련도 있었지만 행운으로 모교 교수가 되었다면 오늘에 이를 수 없었다고 감사해한다. 식품의약품 안전분야에서 인정받다 보니 관직에 천거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교수가 창업해서 코스닥 상장에 학문 분야의 수장인 학회 이사장까지 했으면 됐지 무슨 권력까지 탐하느냐는 이유에서다.

충북대학은 필자에게 큰 은혜를 베푼 축복의 전당으로 늘 감사해한다. 부임 10년 동안 건물, 실험실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은 많은 일을 하게 한 원동력이 되어 훗날 충북대 수의대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신약후보 물질 하나 검증할 기업이 없다는 안타까움에 컨테이너에서 출발한 벤처기업이 국내 1위 바이오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할 줄 몰랐다. 恩七氣三(은칠기삼)으로 주위 분들의 은혜의 덕이다. 컨테이너에서 창업, 4명의 직원에서 출발해 3개 기업, 임직원 500명으로 늘었고 교수 재직 32년 동안 80명의 석박사 제자를 배출했다. 기업을 해서 돈을 벌려는 욕심은 추호도 없었고 오직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이 목표였다. 3개 기업의 대표에 상장까지 하다보니 부자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돈과는 먼 삶이었다. 상장 18년이 지났지만 주식 1주 판 적이 없고 지분율을 높이느라 전 재산을 털어 넣어 생활은 그대로였다. 기업인으로 보면 착한 바보, 열등생으로 그냥 주식 부자?로 만족한다. 벤처 창업으로 교수로서의 본분을 못 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일개 벤처기업이 국가도 못한 글로벌 신약개발 연구의 비임상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자긍심도 가져본다.

의료 대란으로 의료계가 혼돈 상태지만 의대 선호 광풍은 최절정이다. 정부는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임상의사 아닌 의사과학자 양성을 고려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요원하다. 수의학은 같은 의학 분야로 대상이 동물이라 비주류인 면이 있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매력적인 학문이다. 사람 아닌 동물이 대상인 커리큐럼은 의학과 유사하면서 다양한 동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익혀 생명과학 연구에는 최적의 학문이다. 신약 개발 시 미지의 물질을 사람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해서 동물실험을 통해 약효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비임상 연구는 필수이다. 수의사는 동물을 가장 잘 이해하고 충분한 의학 지식을 갖춘 전문가이기에 바이오· 신약개발 연구에 최상이자 최적의 의사과학자이다.

40여 년 동안 의약품, 백신, 세포치료제, 건기식 등의 5만 건이 넘는 의약·바이오 연구개발 경험과 전문지식은 개인이 아닌 소중한 국가자산이기에 남기고 싶다. 그동안 필자는 신종플루백신, COVID-19 백신의 신속한 독성 평가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이슈였던 가짜분유 멜라민, 유전자변형 옥수수 등의 안전성 검증 국가과제 책임자로 국민의 불안 해소에 소임을 다해 왔다. 칼럼에는 교수로서 32년간의 지견과 국내 1위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기업으로서의 수많은 신물질의 연구개발 경험이 담겨 있어 일반 독자는 물론 의학, 약학, 수의학, 생명공학을 택하는 학생들에게 보탬이 될 것 같다.

청주에 온 지 벌써 35년이 지나 이제 청주는 필자의 진정한 고향이다. 오늘도 동양일보에 기고하는 것은 기쁨으로 숙맥 같은 글을 멋진 활자로 다듬어 주니 정말 감사하다. 그동안 도전하고 성취하려는 삶만 살아왔다. 이제 무엇을 할까? 많은 걸 내려놓고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정리해 보려 한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과거는 유한하지만 기억된 과거를 꺼내어 글로 남기면 무한하다. 과학자로서 칼럼을 쓰는 것은 책임이자 소명이기에 새해에도 더 좋은 칼럼으로 독자님에게 보답하겠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