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름재 ‘천원 수제빵’의 전설, 다시 꿈꾼다
‘저렴하면서도 건강하고 맛있는 빵’ 포기하지 않아
박리다매 초심 살려 관공서, 공장 등 대량 판로 계획
1970년 청주 출생으로, 평범하면서도 온화한 부모님 밑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하고 평범한 성격으로 고향에서 고교 졸업 후 서울로 상경, 동국대 정보관리학과를 나와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두산그룹, 극동건설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두루 거치며 직장생활을 이어가다 번잡하고 소음 많은 서울 생활과 성과 위주의 아이디어 전쟁에 조금씩 회의를 느끼던 중, 우연히 수제 로컬푸드로 자수성가한 일본의 한 시골마을 갑부 이야기를 신문에서 보게 됐다.
“이거다!”
그길로 40대 후반의 적잖은 나이에 잘 나가는 직장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내려온 사람, 그는
다온빵공장(청주시 청원구 사천동) 대표 안효원(55)씨다.
그는 미혼이다. 얼핏 보기에는 영락없는 30대, 자세히 봐도 마흔은 안 넘었을 것 같은 앳된 얼굴이다.
“모태 솔로는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 본 적도 없다”는 그는 “일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갔다”고 소년처럼 웃는다.
그러면서도 “당시에는, 군산에 이성당이 있고 대전에 성심당이 있듯이 청주로 내려가 빵집을 차리면 ‘돈이 되겠다’ 싶었어요. 신문기사 하나에 꽂힌 거죠. 때마침 일이 잘 풀리려고 그랬는지 제빵 기술도 손에 넣고 바로 수제빵집을 차렸어요”
그때까지 빵은커녕 라면 한 개도 제 손으로 끓여 먹지 않던 사람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빵집’이라는 기상천외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7년 전 그가 내려와 차린 빵집이 바로, 빵을 좋아하는 청주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음직한, 한번쯤은 긴 대기줄을 경험해 봤음직한 수름재(청주시 청원구 주중동) ‘1000원 단팥빵집’이다.
지금이야 그의 빵집을 거쳐간 많은 셰프가 청주 곳곳에 매장을 내고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수름재 빵집 창업주로서 처음 5년은 그의 인생에 ‘화양연화’ 같은 시간이었다.
상가밀집지역도 아닌 외곽 2층 건물 임대로 시작한 베이커리 카페는 막 구워져 나온 ‘단팥빵’과 ‘소보로’를 단돈 ‘1000원’에 판매한 게 주효,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의 오픈런이 이어졌다. 12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빵을 만들고 서빙을 해도,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수 없어 ‘가장 불친절한 가게’라는 오명까지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까지 겹쳐 다른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수제빵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돈도 많이 벌었다. ‘나는 뭘 해도 되는구나’ 자신감도 넘쳤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많은 직원이 일하다 독립하면서 기술은 노출되고, ‘갑’과 ‘을’이 바뀐 듯한 ‘직원 관리’는 큰 부담으로 그를 짓눌렀다. 이런저런 엇갈림으로 이름을 내어주고 1년을 쉬면서 숨을 골랐다.
“평생을 장인정신으로 빵에만 전념한 사람도 아니고, 처음 시작은 어쨌든 ‘이익’만 생각하고 출발했기에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안 대표.
그러나 ‘저렴하면서도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사천근린공원 인근의 큰길가에 ‘다온빵공장’을 열고 3명의 젊은 직원과 함께 매일 새벽 5시 공장의 불을 밝히고 있다. ‘좋은 재료가 좋은 빵을 만든다’는 기본 의지 아래, 생산자의 협업을 얻어 달걀도 일반란이 아닌 유정란만을 쓰고 있다. 가격 또한 예전과 똑같이 단팥빵과 소보로를 1000원에 판다. 주요 메뉴 중 소금빵도 인기다.
머물러 이야기 나누며 빵을 먹을 수 있는 카페형이 아닌, 포장형 매장을 연 지 4개월. 짧은 기간이지만 이미 맛을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잦다.
“관공서나 공장, 어린이집 등에 대량납품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박리다매 초심으로 돌아가 찾아오는 손님들 만족시키며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빵집으로 남고자 합니다”
늦다면 늦은 나이에 제빵사로 돌아선 그의 용기와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