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시인, 시조집 『사과나무 독해법』 출간
삼나무 즐비한 사려니 숲에 들면
결빙된 시간들이 팽팽하게 풀려나와
한 번도 울어본 적 없는
숲의 소리 듣는다
금이 간 뼈마디들 날 세우는 울음소리
쇳물처럼 솟구치는 무한한 슬픔들이
광야의 말발굽처럼 달려오는 소리, 소리
빈 바람의 무게로 돌아서 나오는 길
아직 다 읽지 못한 숲의 소리 아득한데
온 숲이 뒤척일 때마다
발걸음을 늦추는 나
시 ⌜사려니 숲에 들면 ⌟전문
권정희 시인의 시조집 『사과나무 독해법』이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괜찮아 봄이잖아, 2부 비와 여름의 사간, 3부 오랜된 슬픔의 가을 아래서, 4부 눈물의 뼛조각 같은 별들의 겨울로 구성됐다.
이승하(중앙대 교수)시인은 “사계절을 노래한 이번 시조집은 계절의 변화와 각 계절의 아름다움을 시인은 낱낱이 살펴보고 상실감과 방황과 고뇌, 슬픔을 단시조와 연시조에 담아 노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조집 『사과나무 독해법』은 아주 드문 생태환경을 노래한 시조집이다. 또 자연과 인간이 형상화돼 서정적 자아의 주관화된 내면과 공존하는 시조집”이라고 설명했다.
한분순(한국시조시인협회 명예이사장) 시인은 “권정희의 『사과나무 독해법』은 대자연 야생 활기와 연대기적인 철학을 현대인들 삶에 다정히 잇는 탄성 어법으로 서정을 응축시키면서 안정과 비약을 넘나드는 섬밀한 서술의 텍스트성이 유려하다”며 “계절마다 깃든 신비와 감응하며 실존의 애틋함을 포옹함으로써 번뇌를 다스리는 우아한 결기가 있다. 풍경은 스스로 이미 위대한 문학이기에 그로부터 완벽 필력에 닿는다. 그 문장으로 밝은 별을 켜는 듯한 설법의 우주 속에서, 권정희는 연인이듯 또 구원처럼 기예롭게 환하다”고 추천한다.
권 시인은 “사계절을 통해 얻어지는 마음의 정화, 자연에서 길을 찾는 순수 존재로서의 삶과 죽음, 이별과 슬픔으로부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성찰하고 싶었다. 대자연으로부터 오는 낮고 깊은 소리를 듣고 현란한 수식이 없어도 자연 속 사물들을 꿰뚫는 나름의 독해법이랄까. 아무것도 내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비워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 한 생각 잠기는 동안 피워내는 꽃설법이기를!”이라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권정희 시인은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9회 3·1절 만해백일장 대상(1988년)
광진문학상 시조 대상(2014년), 천강문학상 시조 대상(2016년), 한국예총 광진지부 예술인상 수상(2019년)을 받았다.
2015년 『시와소금』 신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을 수상(2023년) 했다.
시집 『별은 눈물로 뜬다』(2016년), 시집 『배롱나무 편지』(2022년), 시조집 『사과나무 독해법』(2025년)을 출간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