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난을 겪는 지방 사립대가 정부의 등록금 동결 요청에도 올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거나 결정한 대학이 줄을 잇고 있다.
충북지역의 대표 사립 사학인 청주대와 서원대도 늦어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국립대는 정부 요청에 따라 동결을 결정했지만, 교육대와 상당수 사립대는 십수 년째 올리지 못한 등록금으로 재정 운영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학은 5% 안팎으로 이미 인상을 결정했고 나머지 대학들도 등록금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국대는 올해 등록금을 4.95%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 8일까지 3차례에 걸쳐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확정했다.
한신대도 등록금을 약 5.3% 인상하기로 지난해 말 이미 결정했다.
한신대는 등록금 인상에 따른 학생 대표 측 요구안을 받아들여 추후 약 15억원을 학생 지원 활동 등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영남대 역시 등록금을 5.4% 인상하기로 했다. 이 대학도 2008년 등록금을 인상한 뒤 이후 이를 동결해왔다.
경남 김해 인제대도 올해 등록금을 5.48% 인상한다. 2011년 등록금을 3%가량 올린 이후 14년 만이다.
인천지역 사립대학인 경인여대도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3.9% 올리기로 했다,
부산 사립대학들도 올해 등록금을 줄줄이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잇따라 열었던 동의대는 사실상 인상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고, 동아대도 인상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등록금 동결 여부를 논의 중인 다른 사립대학들도 대부분 인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이다.
대구권 사립대학들도 등록금 인상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전의 한남대는 학생·학부모 대표·교수·직원·학교 법인 등 심의 위원들의 찬반 의견이 다양해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배재대도 1차 등록금심의위 회의 후 차기 회의를 앞두고 있으며, 목원대는 오는 20일 첫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고, 건양대도 설 연휴 이후 1차 등록금 심의위를 연다.
특히 여타 국립대보다 낮은 등록금과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지원자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전국 교대도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부산교대는 전국 교대 10곳 중 처음으로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 등록금과 비교해 5.49% 올리기로 했는데, 이는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최대치다.
진주교대도 모집인원 감소로 올해 등록금을 5.4% 인상하기로 확정했다.
2023년 한 차례 등록금을 인상했던 춘천교대는 올해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청주교대도 등록금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교대 관계자는 "작년에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올해 정원 감소로 인해 수익이 줄어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인상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5% 내외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국 다른 교육대학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인상을 전제로 등록금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재정난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재가 이중으로 겹치면서 사립대의 설 자리가 점점 좁하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도 줄어든 것이 문제지만 구조조정에 내몰린 사립대는 깊은 고민에 잠겼다.
대 통합을 원칙으로 한 정부 정책이 힘을 받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다른 형태의 대학 간 무작정 통합도 잡음의 요인이다.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통합을 위해선 정부와 대학 간의 진심 어린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