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장동언 기상청장
방송에서 기상통보관이 지도 위에 구름의 양, 기압, 바람 등 기상요소를 기호로 나타낸 일기도와 함께 날씨 예보를 전달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일기도뿐만 아니라 직관적으로 날씨를 파악할 수 있는 기상위성 영상을 활용한 날씨 예보를 자주 접하곤 한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오르내리는 정체전선, 북서풍을 타고 이동 중인 황사, 서해상에 넓게 발생한 바다 안개 등 우리나라 주변의 실시간 기상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 것은 우리나라 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 덕분이다.
동경 128.2도, 적도 상공 약 3만6000㎞에 있는 천리안위성은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공전하기 때문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영역을 24시간 연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그래서 급격하게 발달하는 대류운을 탐지하거나 태풍의 발달과 이동을 추적할 수 있고, 기후변화 감시에 필요한 자료를 얻고 위성분석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천리안위성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오세아니아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관측하며, 특정 지역에 고정된 기상관측 장비의 관측 한계를 넘어 관측 공백 지역을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
천리안위성은 기후 위기 시대,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천리안위성을 활용함으로써 태풍, 집중호우, 대설 등 위험기상의 조기 탐지와 신속한 실황 감시가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예로 천리안위성으로 북서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하는 태풍을 관측하여 태풍의 구조, 강도 변화, 이동 속도 등 태풍 분석정보를 생산한다. 특히, 태풍의 예측 경로를 바탕으로 2분마다 관측하는 태풍 특별관측을 통해 태풍의 이동과 발달 상황을 상세하게 분석함으로써 위험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 또 위성자료를 활용한 태풍 분석 기술 개선으로 태풍 중심위치와 태풍 강도 분석의 정확도가 향상돼 태풍을 대비하는 데 천리안위성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상청은 기상재해의 사전 대비와 대응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2011년부터 다양한 천리안위성 영상과 분석정보를 언론과 국내 유관기관,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제공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등 위험기상에 취약한 국가를 대상으로 태풍 감시와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자동기상관측 시스템, 천리안 위성자료 수신 장비 설치를 비롯해 조기경보, 분석 시스템 운영 등 우리나라의 선진 기상기술을 전수하고 이를 활용하는 교육을 지원해 이들 국가의 위험기상 감시와 예측 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일기예보는 전 세계에서 실시간 수집되는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수치예보모델과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여 날씨 자료를 생산하며, 최종적으로 예보관의 분석과 판단을 거쳐 만들어진다. 수치예보모델의 예측 결과는 관측자료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에,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상관측이 필수적이다. 수치예보모델에 활용되는 관측자료 중 위성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정도로, 모델의 예측 성능에 대한 기여도 측면에서 위성자료의 중요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상청은 천리안위성과 외국 위성자료를 수치예보모델의 입력자료로 활용하며, 천리안 위성자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기법을 적용하거나 모의 관측자료를 생산하는 등 다각적인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는 많은 기상이변이 나타났다. 평균기온과 열대야 일수가 역대 1위를 기록하며 9월까지 이어진 여름철 폭염에 이어, 11월에는 117년 기상관측 이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현재의 기상기술력으로는 예측이 어려운 이상기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철저한 대비와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상청은 위성 자료를 비롯한 관측자료의 품질 개선과 함께, 수치예보모델의 성능 향상과 예보관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한, 한층 더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정보 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상청이 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장동언 기상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