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이진흥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 교수
2025년은 을사년(乙巳年)이다. 과거 을사년을 살펴보면 645년 을사(乙巳)의 변(變), 1545년의 을사사화(乙巳士禍), 1785년 을사추조 적발사건(乙巳秋曹 摘發事件), 1905년 을사늑약(乙巳勒約), 1905년 을사의병(乙巳義兵) 등의 사건들이 있었다. 이중 을사늑약(乙巳勒約)은 1905년 대한제국의 실질적인 외교권이 박탈된 불평등 조약으로, 을사늑약이 맺어지던 당시의 비통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일컫는 말로 ‘을사년스럽다’가 사용되다가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을씨년스럽다’로 자리 잡게 되었다. ‘쓸쓸하고 스산한 분위기’, ‘매우 가난한 모습’ 같은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고 있는 ‘을씨년스럽다’란 표현은 소설가 이해조가 쓴 신소설 <빈상설>(1908)에 ‘을사년시럽다’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천간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두 번째에 을(乙)이 있고, 지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여섯 번째에 사(巳)가 있다. 동양에서는 매해 매월 매일 매시 특정한 천간과 지지를 결합해 사람의 특성을 분석해 낸다. 이는 육십갑자 체계와 연관이 깊다.
육십갑자는 동아시아 전통에서 십천간과 십이지지를 조합해서 만든 60년 주기의 연도 표시 체계를 말하는데, 하늘의 기운을 나타낸다는 10개의 천간과 땅의 기운을 나타낸다는 12개의 지지가 서로 짝을 맺어 60번의 간지로 채워진다. 뱀의 해는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을사(乙巳) 푸른 용, 정사(丁巳) 붉은 용, 기사(己巳) 노란용, 신사(辛巳) 흰 용, 계사(癸巳) 검은 용이다. 을(乙)은 푸른색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나무 목(木)을 상징하기도 하며, 이는 곧 생명력과 성장을 상징한다.
2025년은 육십갑자 42번째인 청색의 을(乙)과, 뱀을 의미하는 사(巳)를 상징하는 해여서 청사(靑蛇)의 해라고도 부른다. 생물학 박사인 최재천 교수는 뱀이 파란색을 띄는 것은 독특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뱀은 최상위권 포식자이지만, 파란색은 자신의 몸을 은닉하는 차원에서는 불리한 색이기 때문이다. 맨 처음에 뱀을 마주한 인간은 몹시 두려웠을 것이다. 징그러운 생김새, 일부 뱀의 공격적인 성향, 그리고 치명적인 독은 본능적 두려움을 갖도록 하였다. 인간은 뱀을 두려워했으나 한편으로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왔다.
많은 나라에서 뱀을 신성한 존재로서 숭배하였다. 이승과 저승의 서로 다른 세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로 생각하여, 뱀은 샤먼이 되기도 하고 신이 되기도 하였다. 뱀이 뛰어난 직관력을 가지고 있으며 땅속과 땅위를 자유롭게 오가며 허물을 벗을
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뱀에게 새로운 시작, 변혁, 성장, 발전 등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 습성에는 풍요로움을 부여했다. 이 밖에도 사람들은 겨울잠을 자고 봄에 다시 나타나는 뱀을 불사의 존재로 여기기도 했고, 구렁이는 집안의 재물을 지켜주는 업신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뱀은 ‘논리의 신’, ‘치유의 신’이라는 의미를 갖고있다. 세계 보건기구 WHO의 심볼에는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뱀이 치유의 신을 의미하는 상징물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대 인도와 불교에서는 뱀은 비와 땅을 관장하는 풍요의 신으로 숭배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뱀은 우리에게 징그럽고 두렵고 무서운 존재이면서 동시에 십이지신의 하나인 신성한 존재이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2025년이 미래에 어떤 을사년으로 기록될지,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중이다. 뱀은 먹이를 잡을 때 똬리를 틀고 있다가 지나가는 먹이를 잡아먹듯이 쉽게 도전하지 않고 신중하게 기회를 엿보는 지혜롭고 현명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꿈에서 뱀을 보면 태몽이거나 재물과 행운, 치유와 풍요를 상징하는 길몽으로 해석된다. 간혹, 배신과 간사함 등의 부정적인 해석도 하지만 동양에서는 12띠 동물인 12지신(十二支申) 중 하나로 상서롭고 존중받은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그중 구렁이는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서 집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다산을 기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야의 김수로왕 무덤에 많은 금은보화가 있다는 소문에 도적들이 침입을 시도했을 때마다 길이가 30척에 달하는 큰 구렁이가 나타나 그들을 쫓아냈다는 전설이 있다. 2025년 뱀의 해를 맞이하여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지혜와 변화의 상징인 뱀을 주제로 연하 우표를 발행했다. 이 연하 우표는 화사한 꽃다발을 안고 있는 뱀의 모습과 앞으로 나아가는 뱀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조폐공사’는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하여 ‘골든 스네이크 골드바’를 출시했다.
2025년 새해 우리 민족 역시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처럼 묵은 것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을(乙)의 기운은 초목이 새로운 싹을 틔우는 생명의 시작 단계로 모든 일이 새롭게 시작되고 성장하는 해를 의미한다. 사(巳)는 오행으로는 화(火)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열정과 창조를 상징하고, 띠 동물 뱀은 지혜와 변화를 대표하는 동물로 이 동물 또한 열정, 창의력, 추진력을 통한 도약을 암시한다. 1977년 뱀띠는 지성, 소지섭, 원빈, 싸이 등이 있고 1989년 뱀띠는 김우빈, 전여빈, 이종석, 신혜선, 남보라, 정소민 들이 있다. 이 밖의 뱀띠에는 태진아, 배철수, 장혜진, 이승환, 장민호, 자이언티, 장범준, 에일리, 정용화, 윤두준, 조현, 전효성, 용준형, 전소미, 김국진, 팽현숙, 표인봉, 박휘순, 이승윤, 전현무, 홍진경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