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등 국가거점국립대 등과 달리 대전.충남권 일부 사립대가 2025학년도 학부생 등록금을 올릴 모양새다. 여기에다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까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사립대 등록금 도미노 인상’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재정난 등으로 불가피하게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30일 대전 대학가에 따르면 한남대와 목원대, 배재대는 최근 1차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개최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우송대와 건양대는 2월초 심의위원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대학 등록금을 책정할 때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설치가 의무화된 대학별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시정되지 않은 채 대학 현장에서 파행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대전권 한 사립대는 일방적인 외부위원 선임을 철회하라는 총학생회의 요구를 대학 측이 거부해 갈등을 빚고 있고, 충남권 한 사립대는 학교 측이 등록금 인상의 근거가 되는 회계자료를 공개하기 전까지는 등록금심의위를 개최할 수 없다고 총학생회가 요구하면서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개정된 고등교육법에는 각 대학은 등록금을 책정하기 위해 교직원, 학생,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등록금심의위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위원회는 7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위원의 수는 전체 위원 정수의 2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나 동문 위원의 총수는 전체 위원 정수의 7분의 1을 초과할 수 없으며, 학생위원은 전체 위원 정수의 10분의 3 이상이 되도록 한다. 고등교육법은 위원회 구성의 기본 원칙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위원 비율은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등록금심의위는 학교의 장에게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으며 학교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매년 학교 측과 학생들 간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등록금심의위의 구조 자체가 학교 측에 유리하고 학생 측에 불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등록금심의위에 학생위원의 비율이 30%만 넘으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학교 측이 원하는 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전체 위원의 과반이 참석하면 회의를 소집할 수 있어 학생위원들이 불참해도 이들의 의결권을 기권 처리하고 학교 측과 외부위원들만으로 얼마든지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대학의 주요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원이 많은 학부생을 포함해서 학생위원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외부위원도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선임할 것이 아니라 학교 측과 학생 측이 공평하게 추천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설득력이 있다. 각종 자료도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학교 측이 관련 자료를 제한적으로만 공개해 학생위원들이 적정한 인하폭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에게 큰 부담이다. 등록금심의위가 제대로 기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5.01.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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