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작년에 담근 김장 김치가 가장 맛있는 2월이다. 예부터 김치 맛은 여성의 손맛이라 했다. 여러 명이 함께 담근 김장 김치 맛이 집마다 다를까? 이에 대한 의문이 풀린 것은 동경대 유학 시절, 미츠오카 토모타리 교수의 강연에서였다. 그는 ‘장내세균총(마이크로바이옴) 이론’을 최초 확립한 ‘장내세균학의 아버지’로서 유익균과 유해균을 최초 명명한 유산균 연구의 세계적 대가이다. 그는 ‘사람의 건강과 장내세균총’ 특강에서 김치 유산균 분석 결과, 김치를 담근 여성 개인의 질유산균이 포함되며 질유산균은 김치 발효에 관여하여 고유한 맛을 결정한다. 또한 사람의 생식기중 질에만 유산균이 있는데 질청결제를 남용하면 질유산균이 죽어 질염이 생기고 오히려 질청결제가 없었던 시절, 출산율이 높고 다산했던 것은 질유산균이 유해균을 억제해 질 건강을 잘 유지했기 때문이라 하였다.
질염은 세균 감염으로 생긴 질의 염증으로 유익균인 유산균이 줄고 유해균이 늘어나 냉대하증, 가려움증, 악취를 동반하는 질환이다. 건강한 질에는 질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균이 전체 90%가 넘어 pH 4.5의 이하 약산성을 유지해 유해균 증식을 억제하고 항균물질을 생성해 질염을 막아 질 건강을 유지한다.
유산균에는 위산에도 견디는 위유산균, 소장, 대장유래 장유산균, 질유산균이 있지만 여러 균주가 배합된 유산균이 주로 시판된다. 소장에는 락토바시러스균, 대장에는 비피더스균이 많다.질유래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락토바실러스 퍼멘텀, 락토바실러스 아시도필루스는 김치 발효에 관여하고 항균물질을 생성해 유해균 생성을 억제한다 알려졌다.
질 건강을 위한 질유산균이 선풍이다. 질유산균에는 경구용 질유산균과 전문의약품으로 질에 직접 넣는 질정유산균이 있다. 소화기인 장과 생식기인 질은 전혀 다른 기관이기에 경구용 유산균이 장을 거쳐 질까지의 도달은 힘들고​ 질유래 유산균이라 해도 경구 복용 시 질에 도달, 정착하는 유산균의 개발은 쉽지 않다.
비닐장갑이 없던 예전, 여성들은 맨손으로 정성스레 양념을 버무려 김치속에 넣었다. 예부터 김치 맛과 장맛은 손끝에서 나와 집안의 맛과 기운을 정한다 했는데 아마도 집안 곳곳에 묻어져 있던 질유래 락토바실러스균, 장유래 비피더스균, 모유 유래 유산균 등이 손끝으로 전해져 김치 맛에 관여한 것은 아닐까?
김치는 재료, 조리법, 양념, 젓갈 종류에 따라 락토바실러스, 류코노스톡 그리고 웨이셀라 유산균 등 다양한 유산균이 생성된다. 가정에서 만든 김치는 줄고 공장에서 표준화된 유산균을 첨가한 김치가 생산되어 손끝 유래 전통 김치유산균은 사라지고 있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락토바실러스 퍼멘텀, 락토바실러스 아시도필루스 등은 질과 소장에 있는 유산균이고 락토바실러스 루테리는 모유 유래 유산균이다. 김치 발효에는 신체 구조상 외부와 가까운 소장보다 대장유래 유산균과 질이나 모유 유래 유산균이 손끝으로 전해져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유산균과 김치유산균중 어느 균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김치의 약 200종이 넘는 유산균들은 예부터 여성들의 손끝에서 전해진 질, 장, 모유 유래 유산균들이 오랜 세월 상생하면서 정착된 전통 유산균의 유산이라 생각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한국은 발효균의 보고인 김치 종주국이기에 세계 최고의 전통 발효종균의 강국이다. 김치는 코로나19 외에 여러 호흡기바이러스 감염 예방과 면역능 향상 외에 항산화, 항노화, 항암, 항염, 항비만 효과가 밝혀졌다. 김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이자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2023년 세계 10대 수퍼푸드 발효식품으로 선정됐다, 세계인들이 맛의 매력에 홀리게 한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으로 K-푸드, K-프로바이오틱스 열풍의 주역이다. 그 이면에 한국 여성의 손맛이 큰 공헌을 했다고 확신한다.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장유산균, 질유산균 전성시대이다. 장, 모유 유래 유산균 외에도 여성의 은밀한 부위, 질의 유산균이 손끝으로 전달되어 김치의 발효에 관여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검증된 한 바 없다. 필자는 유산균과 발효 연구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수많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수행한 기업 대표로서 36년 전, 최고의 건강식품인 유산균 시대를 예언했던 미츠오카 교수님을 기리면서 조심스레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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