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무서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처럼 정치권과 정부가 공감했지만,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민생지원금이나 지역화폐, 민생 추경, 인공지능(AI) 추경 등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지만 '신속한 내수 진작'이라는 목적에는 모두 부족한 부분이 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춰 추경을 편성하고,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 불안과 한파, 제주항공 참사 등의 여파로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역할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핵심은 속도다.
내수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 경기 반등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반기 내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단기간에 빠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전국민 민생지원금이나 지역화폐 등 '현금성 지원'은 신속한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지급된 현금 또는 지역화폐를 추가 소비에 사용하지 않고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데 쓴다면 재정 투입으로 인한 승수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경기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발굴하고, 세부 내용을 확정해 재정을 투입한 뒤 경기 부양 효과가 지표로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신속한 경기 부양이란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추경과 더불어 반도체지원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경제 법안들이 패키지로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도 변수다.
인공지능(AI) 추경 등 유망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 편성 역시 '미래 먹거리 찾기'로서 의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내수 회복을 위한 '긴급 수혈'로는 보기는 어렵다.
즉, 추경을 두고 아이디어는 많지만, 그 중 어느 것을 채택해도 목적을 온전히 이루기는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추경의 핵심이 내수 회복을 통한 경기 부양인 만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중 재정 투입을 통해 단기적인 회복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문은 민간 소비"라며 "경기 침체로 인한 고통이 가장 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어 "민생지원금 등 단순한 현금성 지원보다는 온누리상품권 할인율 확대나 신용카드 세액공제율 상향 등 소비 진작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지원을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취약계층 지원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민생 사업을 위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건설 투자를 비롯해 얼어붙은 투자 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불경기 상황에서는 민생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추경과 더불어 통화정책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책이 한국의 경제시장의 숨통을 쥐고 있는만큼 신중해야 할 것이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5.02.09 14:28
- 수정 2025.02.0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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