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선 건국대 교수·충북먹거리위원회 공동위원장

▲ 윤병선 건국대 교수·충북먹거리위원회 공동위원장

기후위기가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이번 겨울만 하더라도 긴 가뭄 끝에 찾아온 폭설에 파묻혀 연휴를 보냈는데, 내내 온화하던 겨울 날씨는 입춘이 지나면서 혹한으로 변했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 탄소배출 증가에 있는 만큼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강조되는데, 에너지 절약과 함께 우리의 식탁을 어떻게 준비하느냐도 중요하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지역 먹거리는 이동거리를 줄이고, 제철 먹거리는 생산과정에서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농민의 농업소득향상과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지역 먹거리가 이제는 기후위기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로도 큰 의미를 갖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월 농식품부는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 먹거리 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 지역 먹거리 지수는 ‘농업·농촌·식품산업기본법’에 명시돼 있는 지역 먹거리 계획 수립과 시행 상황을 점검·평가하는 것으로, 이 평가 결과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합동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충북도에서는 괴산군과 옥천군이 A등급을 받았는데, 괴산군은 작년의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음성군은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올라섰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A등급을 받은 옥천군은 옥천살림협동조합의 생산자 조직화를 바탕으로 한 직매장 활성화가 지역사회의 큰 사회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한 덕이 컸다. A등급을 받은 괴산군은 충북도의 먹거리통합지원센터(이하 센터) 건립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생산자 조직화를 활발하게 추진해서 공공급식과 학교급식에 지역농산물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한 결과가 좋은 평가를 받게 된 밑거름이 됐다. 옥천군과 괴산군 두 지역 모두 높은 평가를 받게 된 데에는 충북도의 센터건립 지원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한편, 충북도내 여타 기초지자체보다 앞서서 학교급식센터를 설치한 음성군은 어려운 여건에서 지역산 식재료를 공급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지원함으로써 지역산의 조달비율을 높였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전년보다 상승한 B등급을 받았다.
충북도내 여러 기초지자체의 노력에 힘입어 충북도의 전반적인 지역먹거리지수는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더욱이 충북도의 지원을 받아 제천시, 증평군, 청주시가 센터를 준공했거나, 현재 설립이 진행 중이기에 올해와 내년에는 더 좋은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센터나 로컬푸드직매장의 성과와 한계를 꼼꼼하게 평가해서 개선책을 마련하고, 센터 간의 협업체계를 만들어 더욱 튼튼한 지역먹거리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인근 지역간 농산물의 과부족을 서로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학교급식이나 공공급식에서 충북산 농산물의 소비를 늘려나갈 수 있게 된다.
농민에게는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마련해 주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식재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도 대비하는 지역 먹거리의 가치가 더욱 힘을 받아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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