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건설경기를 짓누르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악성 미분양' 300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LH가 지방 미분양 직접 매입에 나서는 것은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LH가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건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이 1년 새 2배나 훌쩍 늘어나며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쌓여만 가는 악성 미분양이 지방 건설경기를 짓누르고 있는 데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지방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경제 성장률을 깎아 먹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전년 대비 2.7% 감소한 건설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을 0.4%포인트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도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 건설사들은 주택 사업장에서 분양대금이 들어올 때마다 공사 진행률에 맞춰 공사비를 받는다. 작년에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 원가가 높아져 공사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분양까지 적체됐고, 공사비를 제때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속출했다.
특히 지방에서 다 짓고도 분양하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이 큰 폭으로 늘었다. 작년말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1만7229가구인데, 이는 1년 전(8690가구)에 비해 2배 많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수주까지 줄자 건설사들은 이미 착공한 사업장의 공사비 마련을 위해 차입금을 늘리는 악순환을 맞게 됐다. 정부는 올해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5000가구가량을 매입하고, LH가 3000가구를 사들여 지방 미분양 8000가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조기 집행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사회간접자본(SOC) 연간 예산의 70%인 12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환경 SOC 예산도 72%인 3조6000억원을 집행한다. 정부가 상반기 SOC 예산 집중 투입을 강조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공공 SOC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OC 투자 위축이 경기 위축과 맞물려 건설산업의 위기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SOC 예산은 25조4000억원으로 전년(26조4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줄었다.
문제는 대책의 실효성이다. 이번 대책은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을 통한 지역 건설사의 자금난 해소와 일감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악성 미분양이 쌓여 자금 흐름이 막힌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해 건설업계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보완방안은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에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주택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한 방안들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거나 50% 감면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5년 이내 양도할 경우 양도세를 100% 감면해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아쉽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정부가 마련한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이라도 빠르게 시행되는 게 중요하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25.02.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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