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숙 청주시 서원구 사직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전미숙 청주시 서원구 사직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올해는 입춘(立春) 한파가 유독 매서웠다.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벌써 우리의 마음속에 와 있다.
사직동(社稷洞)은 청주시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동은 무심천을 경계로 서문동, 서는 사창동, 남은 모충동, 북은 운천동이 접해 있는 곳이다. 도시팽창 및 인구증가에 따라 1982년 9월 1일자로 사직1동과 사직2동으로 나눠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청주의 첫 역세권인 사직1동! 1972년 ‘청주버스종합터미널’이 들어서면서 청주를 들고 나는 모든 버스는 이곳에서 첫차를 시작해 이곳에서 막차의 시동을 끄고 하루를 마감했다.
버스터미널이 생기면서 동네는 천지개벽했고, 그보다 7년 후 ‘맨션’이라는 특별한 수식어가 붙은 ‘미호아파트’가 생기면서 자동차들의 소음과 오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활기가 가득한 번화가가 됐다.
바로 옆 ‘사직시장’은 시외버스에 고추, 호박, 쌀, 감자 등 온갖 농산물을 바리바리 싣고 내리는 우리네 서민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었으며 투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주는 정겨운 맛집이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무한한 공간으로 흩어지는 전(煎)집이 줄줄이 늘어선 골목길은 비가 추적추적,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모듬전’ 한 접시와 막걸리 잔 기울이는 술꾼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언덕배기에 있는 야구장과 실내체육관 등 청주종합운동장은 시민들의 여가와 운동을 위한 시민체육시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1980년대 야구 전성기에는 야구장 담벼락에 달라붙어 몰래 구경하는 청소년들의 귀여운 모습이 절로 웃음 짓게 하곤 했다.
‘청주예술의 전당’은 뮤지컬, 연극, 음악회, 전시회 등 시민들의 문화와 예술의 장으로서 정서적 함양과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바로 옆 ‘천년대종’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종소리로 시민들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무심천변에 위치한 ‘청주 용화사’는 용화사 석조불상군(보물 제985호)을 중심으로 청주의 역사 문화를 담고 있는 고찰로,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을 통해 시민들에게 힐링과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는 명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화려한 꽃도 시간이 가면 시들 듯이 충북인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이 1999년 가경동 지역으로 이전을 하면서 사직1동이 급속히 쇠퇴하게 됐다. 흉물스러운 빈집들만이 점점 늘고 수십 년간 재개발 논쟁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현재는 사직1동의 대부분 지역 재개발이 본궤도에 올라 주민들의 쾌적한 주거시설과 상업 공간 등 정주 환경 마련을 위한 공사가 본격화됐다. 앞으로 3년 정도 후면 다시 활기차고 많은 주민이 거주하는 청주시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반드시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무심천에 사람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때는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이다. 기다릴 것이다. 다시 사직1동이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채워질 봄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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